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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나종호 지음)
  • 기사등록 2022-05-27 09:53:53
  • 기사수정 2022-05-27 09: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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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이야기다"


우리 사회 다양한 존재들의 삶을

존중과 경애의 시선으로 풀어낸 감동의 기록


 

예일대 정신과 나종호 교수가 들려주는 공감과 연결의 이야기 


덴마크에는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이 있다. 여느 도서관처럼 이곳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책을 대여해준다. 차이가 있다면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 해준다는 점이다. 대여 기간도 좀 다르다. 1-2주가 아닌 30분 동안 내가 빌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소수 인종부터 에이즈 환자, 이민자, 조현병 환자, 노숙자, 트랜스젠더, 실직자 등 다양한 사람이 그들의 값진 시간을 자원한 덕에 이 도서관은 유지된다. 타인을 향한 낙인과 편견, 혐오를 완화하고 이해와 존중,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시작 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자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픈 생각에 정신 과 의사로 전향한 예일대학교 나종호 교수는 첫 책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아몬드 刊)》에서 사람 도서관 ‘사서’를 자처한다. 저자는 “마치 사람 도서관처 럼 환자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11쪽)”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특히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 질환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따뜻한 환자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다. 


책에는 저자가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뉴욕대학교 레지던트를 거쳐 예일대에 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펠로우)를 하는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말 그대로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성 정체성도 제각각이다. 공통점은 모두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라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해 들려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야기의 힘을 믿기 때문 이다. 저자는 “정신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낙인이나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 구성원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8쪽)”이라고 말한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내 눈앞에서 스스로의 의미 있는 삶을 소개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자기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책에는 코펜하겐에서 일부러 ‘무슬림’을 대여해 이야기를 나눈 한 여성 이, “무슬림 맞냐? 내가 알고 있던 무슬림 이미지와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도 없” 다고 말한 대목이 등장한다.(9~10쪽) 낙인과 편견이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1장_노숙자가 된 변호사, 약물 중독에 빠진 할아버지, PTSD에 시달리는 이민자 청년까지. 사람 도서관 사서가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 


2장_공감 능력 제로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3장_낙인은 어떻게 당사자를 습격하는가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가 



"이야기는 나와 당신을 연결한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이른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 는 사람일까. 내가 그 용어로 호명될 일은 단 한 번도 없을까. 그게 꼭 그렇지 않 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한국 에서 명문대를 나온 중산층 남성(주류)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소수 인종의 이민자라는 소수자성(비주류)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뉴욕 정신과 의사이자 사람 도서관 사서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마침내 그들과 연결되는 일 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 가 에게 낙인 찍히거나 배척되는 대신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뒤 일상에서 나와 다른 누군 가를 만났을 때, 또는 내 가치관으로 누군 가를 이해하기 힘들 때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고 그의 이야기 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 책을 먼저 읽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권준수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저자_나종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자살 예방에 기 여하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 의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서울대학교 의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 후 메이요 클리닉과 뉴욕대학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 예일대학교에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펠로우) 과정 을 마쳤다. 현재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살, 중독, 트라우마, 애도에 관한 국제 학술 논문과 교과서 챕터 40여 편을 집필했 으며,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우수 레지던트상,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우수 연구상, 미국 중독정신의학협회 존레너상, 미국 보훈부 경력개발상 등을 수상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1위이지만 항우울제 처방률은 최하위인 한국의 정신 질환 과 치료에 대한 낙인을 완화하고 정신과 진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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