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코스피가 9000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쏟아지던 날, 당신은 어떤 기분이었나. 뿌듯함보다 불안이 먼저 찾아왔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나만 빠진 건 아닐까'라는 조마조마한 감각, 바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다.
그런데 최근 이 포모에 지쳐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트렌드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관련 온라인 언급량이 이전 대비 152% 증가했다.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 놓치는 것에서 기쁨을 찾겠다는 움직임이다.
포모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자신이 뭔가를 놓쳤다고 인식하는 순간 뇌의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된다. 이는 물리적 고통을 처리하는 영역과 겹친다. 박진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2년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이익이나 성공을 접한 직후 불안 지수가 평균 34.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주식 시장처럼 수익이 숫자로 즉각 비교되는 환경에서는 이 효과가 더욱 증폭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 피드에 실시간으로 흘러들어올 때, 우리 뇌는 그것을 '내가 실패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비교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 본능이지만, SNS 시대에는 그 본능이 우리를 하루 종일 괴롭히는 도구가 되어 버린 셈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고백이 넘쳐난다. '주변이 다 수익 인증하는데 나만 현금 들고 있는 것 같아 미치겠다', '오늘 또 못 참고 들어갔다가 손절했다'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 포모는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부르고, 그 결정은 다시 더 큰 불안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조모를 단순한 '포기'나 '패배 선언'으로 보는 시각은 틀렸다.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정립한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 압력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행동할 때 심리적 웰빙 수준이 가장 높아진다. 조모는 바로 그 자기결정감을 의도적으로 회복하는 행위다.
썸트렌드 분석 결과에서 조모 연관 키워드로 '스트레스'와 함께 '건강한', '긍정적', '효과적'이 동시에 나타난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모를 선택한 사람들은 단순히 투자를 쉬는 게 아니라, 남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 페이스를 찾는 경험 자체에서 만족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크리스틴 네프 미국 텍사스대학교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 연구를 통해 '남과 비교하는 대신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2021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기자비 수준이 높은 그룹은 투자 손실 상황에서도 충동적 재투자 결정을 내릴 확률이 41.3% 낮았다.
포모가 습관이 되면 뇌는 만성 각성 상태에 놓인다. 이를 '비교 피로(Comparison Fatigue)'라고 부른다. 조나단 로스웰 미국 갤럽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023년 발표한 글로벌 감정 보고서에서 한국 응답자의 58.2%가 '타인의 성공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143개국 평균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만성적인 비교 피로는 단순히 기분 나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코르티솔 분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결국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나는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물음이 자꾸 떠오른다면, 이미 비교 피로가 꽤 깊이 진행된 신호일 수 있다.
조모를 실천하는 데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다.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방법은 아주 소박하다. 하루에 딱 한 번, 주식 앱이나 재테크 커뮤니티 알림을 끄고 그 시간에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불안 자체가 자신이 얼마나 외부 비교에 의존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신호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놓치고 있다'는 생각 대신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을 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전환하는 훈련이다. 조모는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는 일이다. 오늘 저녁, 수익 인증 피드 대신 오래 미뤄 두었던 책 한 페이지를 펼쳐 보는 건 어떨까. 그 작은 선택이 당신의 뇌에게는 꽤 큰 쉼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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