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경기 중 슛을 막으려던 단 한 번의 동작이 상대 선수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페인 프로축구 2부 리그 테네리페의 골키퍼 오워노는 니킥 한 방이 비극으로 이어진 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는 말로 첫 심경을 전했다. 일부 팬들은 그를 '살인자'라고 불렀고, 오워노는 훈련장에도 나타나지 못했다.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을 때,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고의가 없어도 죄책감은 찾아오고, 때로는 그 무게가 당사자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심리학은 이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그 메커니즘을 오래전부터 추적해왔다.
심리학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사람을 '비의도적 가해자(unintentional perpetrator)'라고 부른다. 마이클 반 본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2019년 발표한 연구에서 비의도적 가해자의 73%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준하는 증상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고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슬픔과는 다르다. '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이라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가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돈다. 행동심리학자 닐 로에세 미국 퍼듀대 심리학과 교수는 반사실적 사고가 뇌의 전두엽과 편도체를 동시에 자극해 불안과 자기 비난을 증폭시키는 신경학적 고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워노가 훈련에 나타나지 못하고 첫 입장문을 뒤늦게 낸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건의 현장인 경기장, 함께 뛰던 동료들, 축구 그 자체가 극심한 심리적 트리거(trigger)로 작용한 것이다.
심리학계에는 '도덕적 부상(moral injury)'이라는 개념이 있다. 원래는 전쟁터에서 부하의 죽음을 목격한 군인들을 연구하면서 나온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스포츠 현장의 비극적 사고에도 적용되고 있다. 조너선 쉐이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명예교수는 도덕적 부상을 '자신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사건에 연루됐을 때 생기는 깊은 심리적 상처'라고 정의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공포'를 핵심으로 한다면, 도덕적 부상은 '수치심'과 '배신감'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2022년 군사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도덕적 부상을 경험한 사람 중 61%가 사회적 고립을 선택했다. 오워노가 훈련을 거부하고,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행동 역시 고립으로 나타나는 도덕적 부상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나를 비난하는 시선도, 위로하는 시선도, 그 어떤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변의 과도한 비난이 회복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이 오워노를 '살인자'라고 부른 것처럼, 사회적 낙인은 당사자의 죄책감을 처리할 심리적 공간 자체를 차단해버린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이중 상처(double wound)'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 죄책감과 수치심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준 프라이스 탱니 미국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30년간의 연구에서 죄책감은 '내가 나쁜 행동을 했다'는 행위 중심의 감정인 반면, 수치심은 '나 자체가 나쁜 사람이다'라는 존재 중심의 감정이라고 구분했다. 죄책감은 사과와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치심은 자기 혐오와 회피, 심한 경우 자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워노가 첫 입장문에서 '내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쓴 것은 죄책감과 수치심 사이 어딘가에 있는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당사자가 어느 방향으로 감정을 처리하느냐가 장기적인 심리 회복의 분기점이 된다고 말한다. 사건을 행위로 귀인하느냐, 존재 자체로 귀인하느냐가 관건이다.
탱니 교수의 2023년 연구에서는 비의도적 사고 가해자 중 전문 심리 상담을 받은 집단의 82%가 1년 내에 일상으로 복귀한 반면, 상담을 받지 못한 집단의 복귀율은 34%에 그쳤다. 오워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법적 판단이나 팬들의 여론보다도 전문적인 심리 지원일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된 결과 앞에서 반사적으로 책임자를 찾으려 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결과 편향(outcome bias)'이라고 부른다. 나쁜 결과가 생기면 그 행동이 아무리 합리적이었어도 행위자를 더 가혹하게 평가하는 인지적 오류다. 조너선 배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결과가 나쁠수록 사람들이 행위자에게 부여하는 '의도적 악의'의 점수가 높아졌다.
오워노를 향한 '살인자'라는 낙인도 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나왔다. 비극적인 결과가 고의가 없던 행동을 소급해서 나쁜 행동으로 재해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집단적 반응이 당사자의 회복을 얼마나 늦추는지 우리는 잘 모른 채 비난에 가담하곤 한다.
오워노의 이야기는 그라운드 위의 비극에 그치지 않는다. 운전 중 불가피한 사고를 낸 사람, 업무 중 실수로 큰 피해를 입힌 사람, 단 한 번의 판단 착오가 타인을 다치게 한 사람들. 의도하지 않았어도 평생 그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혹한 판결보다 먼저 심리적 공간, 즉 무너진 자신을 돌볼 여백이다. 오늘 당신 주변에 보이지 않는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단 한 마디로 충분하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3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