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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주식 앱을 열었다가 빨간 숫자를 보고 다시 덮은 적이 있는가. 어제는 팔까 말까 고민하다 잠 못 들었고, 오늘은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하나' 하는 생각에 점심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예전에는 돈을 아끼면 그만이었는데, 요즘은 돈을 굴리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누구든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좋은 내일이 열릴 거라고 했다. 동아일보 칼럼 '오늘을 생각한다'에서도 지적했듯, 투자의 민주화는 어느새 '불안의 민주화'로 변질됐다. 시장이 열릴 때마다 수백만 명이 동시에 긴장하고, 수백만 명이 동시에 후회한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이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심리학에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개념이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을 때보다 손실을 볼 때 심리적 고통을 평균 2.5배 더 강하게 느낀다. 1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두 배 반 이상 크다는 뜻이다.
이 비대칭적인 감정 구조가 투자자를 가장 불합리한 선택으로 이끈다.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떨어지는 주식을 팔지 못하고, 오르는 주식은 조금만 더 올라도 얼른 팔아버린다. 이른바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로, 이익은 빨리 실현하고 손실은 끝까지 끌어안는 패턴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2년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성인 투자자 2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3%가 '주가가 하락해도 손절매가 어렵다'고 답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 구조의 문제다.
요즘 투자 불안을 더 키우는 또 다른 심리가 있다.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벌지 못했나'라는 자괴감, 그리고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다.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크누트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fMRI 뇌 촬영 연구를 통해,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때 뇌의 측좌핵이 활성화되는데 이 반응이 지나치게 강할수록 오히려 위험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혔다.
소셜미디어는 이 감정을 증폭시키는 가장 강력한 장치다. 누군가 수익 인증 사진을 올리면 우리 뇌는 즉각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신호를 발신한다. 이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물리적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겹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남이 버는 걸 지켜보는 것이 말 그대로 '아픈' 경험인 셈이다.
문제는 SNS에는 수익 인증만 넘쳐나고, 손실 인증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편향된 정보 환경이 '모두가 나만 빼고 돈을 번다'는 착각을 만든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만 보이기 때문에 성공이 훨씬 쉬운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투자 불안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심리가 바로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몬티어 GMO 자산운용 전략가는 펀드매니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74%가 자신의 투자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결과다. 초보 투자자일수록 이 편향은 더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초반에 운 좋게 수익을 낸 경험이 있으면 '내가 시장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를 '핫핸드 오류(hot-hand fallacy)'라고 한다. 농구에서 슛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면 다음 슛도 성공할 것이라 믿는 심리와 같다. 한 번 맞췄다고 다음도 맞출 이유는 없는데, 뇌는 패턴을 만들어내려는 본능이 있어 연속성을 믿게 된다.
이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갑작스러운 손실에 공황 상태가 되어 최저점에 팔아버리거나, 반대로 모든 것을 걸고 '이번엔 꼭 만회한다'며 위험한 추가 투자를 감행한다. 도박사의 오류와 투자 심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금 내 감정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습관을 권한다. 심리학자 테리 오딘 미국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는 20년간의 개인 투자자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감정에 따른 즉흥적 결정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2023년 기준 거래 빈도 최상위 20% 투자자 집단의 연평균 수익률은 하위 20% 집단보다 7.1%포인트 낮았다.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감정 일지'다. 매수나 매도 결정을 내리기 전, '지금 왜 이 결정을 하려는가, 두려움인가 기대인가'를 한 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동적 선택을 줄일 수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권고에 따르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편도체의 과잉 반응이 줄어들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불안한 시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오늘 주식 앱을 한 번 덜 여는 것, 수익 인증 게시물을 스크롤하다 멈추는 것, 그리고 '나는 왜 이 투자를 하고 있는가'를 다시 묻는 것. 시장보다 내 마음을 먼저 아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더 건강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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