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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좋아하는 스타의 메시지를 받는다. 처음엔 설레고 특별한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왜 답장이 없지?', '저 팬에게는 더 잘해주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플랫폼 알림 소리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만큼 반응이 없으면 하루가 무너지는 기분이다.
최근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팬 소통 플랫폼에서 일부 팬과 나눈 설전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배우 이광수는 종일 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친절한 소통'으로 화제가 됐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료 팬 소통 문화가 배우 등 연예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스타와 팬 사이의 감정 온도가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해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실제 관계가 아닌데도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을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텔레비전 속 인물이나 유명인에게 일방적으로 애착을 형성하는 이 심리는 1956년 호턴과 볼이 처음 개념화했다. 문제는 유료 소통 플랫폼이 이 준사회적 관계에 '쌍방향성'이라는 착각을 덧씌운다는 점이다.
존 캐시오포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디지털 공간에서 받은 메시지도 실제 대면 소통과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스타가 직접 보낸 짧은 한 줄 메시지도 뇌는 '나에게 관심을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매달 구독료를 내고 그 감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뇌는 그 관계를 실제 친밀한 관계처럼 코딩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형성된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 감정적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내 돈을 내고 맺은 관계'라는 인식이 기대를 정당화하고, 실망이 왔을 때 배신감으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경제적 거래가 감정에 개입하면 심리적 역학이 달라진다. 클락과 밀스 미국 카네기멜론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는 관계를 '교환적 관계'와 '공동체적 관계'로 구분했다. 교환적 관계에서는 대가를 지불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유료 팬 플랫폼은 본질적으로 교환적 구조를 띠고 있지만, 팬의 감정은 공동체적 관계를 원한다. 이 불일치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실제로 유노윤호와 팬 사이의 설전도 이 지점에서 터졌다. 팬은 '내가 구독료를 내고 응원하는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는 심리적 계약을 기대했고, 스타는 '플랫폼 이용과 예의는 별개'라는 입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논리 안에서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전제로 깔린 관계의 성격 자체가 달랐을 뿐이다.
2023년 연세대 심리학과 박사 과정 연구팀이 국내 아이돌 팬 3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유료 소통 플랫폼 이용자의 61.3%가 '답장이 없거나 짧을 때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무료 SNS 팔로우에 그쳤던 집단보다 23.7%포인트 높은 수치였다.
이광수처럼 종일 메시지를 주고받는 스타가 오히려 팬 심리에는 더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루크 클라크 교수의 도박 심리 연구에서 밝혀진 '변동 강화 스케줄(variable reinforcement schedule)' 원리가 팬 소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언제 답장이 올지 모르는 상황,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반응하는 패턴이 오히려 뇌의 도파민 회로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은 슬롯머신과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오늘은 스타가 내 메시지에 길게 답했는데, 내일은 읽지도 않을 수 있다. 그 불확실성이 플랫폼에 접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팬 스스로도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라고 의아해하면서도 알림을 확인하는 손이 멈추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상심리사들은 유료 팬 플랫폼 이용이 문제가 되는 시점을 두 가지 기준으로 본다. 첫째, 스타의 반응 여부가 당일 기분을 좌우할 때. 둘째, 구독료 지출이 생활에 부담이 되는데도 멈추지 못할 때.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준사회적 관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좋아하는 스타를 통해 위로받고 즐거움을 얻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그 관계가 실제 내 삶의 관계를 대체하거나 감정을 소진시키는 수준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플랫폼 알림을 기다리며 보낸 시간만큼, 곁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스타의 답장보다 훨씬 확실한 온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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