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타월 사러 남대문 가는 2030… ‘불편한 루틴‘에 기꺼이 시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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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타월 사러 남대문 가는 2030… '불편한 루틴'에 기꺼이 시간 쓰는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때타월 사러 남대문 가는 2030… '불편한 루틴'에 기꺼이 시간 쓰는 이유


퇴근 후 일부러 남대문까지 가서 때타월을 산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 주말엔 동네 목욕탕에서 두 시간을 보낸다. 요즘 2030세대가 보여주는 행동이다.


단순히 '복고 취향'이라고 보기엔 뭔가 더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다르게 읽는다. 효율이 전부인 시대에, 굳이 비효율적인 루틴을 선택하는 이 행동 뒤에는 꽤 복잡한 심리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불편함을 고르는 이유: 뇌가 '완료'를 원한다


클레이 루더만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2022년 성인 82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의도적인 신체 루틴'이 불안 수치를 평균 27.4%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완료 경험'이다. 스마트폰 알림은 끝이 없지만, 때를 밀고 나오는 행위엔 명확한 시작과 끝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완결 욕구(need for closure)'라고 부른다. 마무리가 분명한 경험을 반복할수록 뇌의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안정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눈앞에 쌓인 업무 탭 수십 개와 달리, 목욕탕에서의 두 시간은 시작하면 반드시 끝난다.


나도 모르게 피로한 건 일 때문만이 아닐 수 있다. '아직 안 끝난 것들'의 감각이 뇌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요즘 젊은 세대가 굳이 불편한 아날로그 루틴을 찾는 건, 어쩌면 완벽하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신체 감각의 반란: 디지털 과잉 시대의 '몸 찾기'


노먼 도이지 캐나다 토론토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저서에서 디지털 자극이 과잉된 환경에서는 신체의 직접적인 감각 자극이 뇌 가소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화면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뇌의 시각·청각 피질만 자극하지만, 뜨거운 물과 때타월의 마찰은 촉각·온도·압력 수용체까지 동시에 깨운다.


실제로 스마트폰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5시간을 넘어선 2030세대에게 신체 감각의 결핍은 심각한 수준이다. 디지털 기기 과의존 연구에 따르면 하루 4시간 이상 화면을 응시하는 성인의 51.8%가 '내 몸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인화(depersonalization) 감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목욕탕의 뜨거운 물, 때타월의 마찰, 사우나의 열기는 뇌에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당신이 때타월을 사러 남대문까지 가는 건 귀찮음을 무릅쓰는 게 아니라, 몸을 되찾으러 가는 여정인 셈이다.



힐링 루틴의 역설: 불편해야 오히려 쉬어진다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것보다 목욕탕에 다녀오는 게 왜 더 개운할까. 리처드 라이언 미국 로체스터대 임상사회과학과 교수가 이끈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능동적으로 선택한 행동은 수동적 여가보다 회복 효과가 평균 2.3배 높다. 넷플릭스를 틀어놓는 건 '자극의 소비'지만, 목욕탕에 직접 가는 건 '경험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 효과도 작용한다. 임상심리학에서 우울증 치료에 활용되는 이 개념은, 작은 신체 활동이 감정을 먼저 바꾼다는 원리다. '기분이 좋아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여야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남대문까지 가서 때타월을 사오는 그 작은 수고가, 실은 당신의 기분을 바꾸는 트리거였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루틴이 사회적 연결 감각도 자극한다는 점이다. 단골 목욕탕 아주머니와 나누는 짧은 인사, 때타월 가게 사장님과의 소소한 대화. 비대면이 당연해진 시대에 이 접촉들이 오히려 낯설고, 그래서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건: 딱 한 가지 '불편한 선택'


효율을 포기해야 회복이 온다는 건 역설처럼 들린다. 하지만 심리학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완료 경험, 신체 감각, 능동적 선택,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우리의 뇌와 몸은 비로소 '쉰다'고 인식한다.


오늘 저녁, 넷플릭스 대신 동네 목욕탕 문을 한번 열어보는 건 어떨까. 굳이 남대문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샤워를 조금 더 오래 하거나, 오랫동안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때타월을 꺼내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의 뇌는 그 작은 불편함을 기꺼이 감사히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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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27 09: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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