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솔‘ 출연자들, 왜 죄다 인플루언서가 됐을까…시청자가 배신감 느끼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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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솔' 출연자들, 왜 죄다 인플루언서가 됐을까…시청자가 배신감 느끼는 진짜 이유
  • 기사등록 2026-10-30 09: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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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솔' 출연자들, 왜 죄다 인플루언서가 됐을까…시청자가 배신감 느끼는 진짜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나솔' 출연자들, 왜 죄다 인플루언서가 됐을까…시청자가 배신감 느끼는 진짜 이유


방송이 끝나고 나면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 적 있지 않나. 분명히 진짜 사랑을 찾는 모습을 응원했는데, 몇 달 후 그 사람이 협찬 홍보 게시물을 올리고 있으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내가 속은 건가?' 싶은 그 감정, 당신만 느끼는 게 아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솔로'(이하 나솔)의 출연자들이 방송 이후 줄줄이 인플루언서로 전향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 적잖은 실망감이 퍼지고 있다. 왕따 논란의 중심에 섰던 31기 순자, 큰 인기를 누렸던 30기 옥순까지 SNS 팔로워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활동에 나서자 댓글창에는 배신감과 허탈함이 뒤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실망하는 걸까.



진심이라 믿었는데: 시청자가 '진정성'에 속는 심리


심리학에서는 이 감각을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시청자가 TV 속 인물을 마치 실제 지인처럼 느끼며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현상이다. 호르스트 리프스 미국 인디애나대 심리학과 교수가 1956년 처음 개념화한 이후 수십 년간 연구를 거듭해온 이 이론은, 오늘날 리얼리티 예능 전성시대에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달리 '대본 없는 진짜 삶'을 표방한다. 그 순간 시청자의 뇌는 방어를 내려놓는다. '저 사람은 배우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보통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감정 이입의 깊이가 드라마를 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다. 2021년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리얼리티 출연자에 대한 시청자의 준사회적 관계 강도는 드라마 배우 대비 평균 42% 높게 측정됐다.


문제는 이 유대가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시청자는 수십 회에 걸쳐 출연자의 눈물, 설렘, 갈등을 함께 겪었다고 느끼지만, 출연자는 시청자 개개인을 알지 못한다. 방송이 끝나고 출연자가 인플루언서로 변신하는 순간, 시청자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감정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갑자기 자각하게 된다.



배신감의 정체: '진정성 위반'이 주는 심리적 충격


이 감정의 정체를 심리학은 '진정성 위반(authenticity violation)'으로 설명한다. 어떤 사람이나 브랜드가 내세운 가치와 실제 행동이 불일치할 때 생겨나는 심리적 충격이다. 닐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회적 배제나 신뢰 위반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실제 물리적 고통을 처리하는 전대상피질과 동일하다는 것을 fMRI로 확인했다. 배신감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닌, 뇌가 실제로 처리하는 고통이라는 뜻이다.


나솔 출연자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시청자 심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저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을 찾고 있다'고 믿었는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팔로워를 자산으로 삼아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은 '처음부터 노출을 노렸던 것 아닐까'라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이 의심이 기억을 소급해 재해석하게 만든다. 방송 중 감동적으로 봤던 고백 장면도, 눈물도, '혹시 연출이었나?' 하는 의심의 눈으로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소급적 재해석 편향'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새로운 정보가 과거 기억 전체를 오염시키는 현상이다. 한번 의심이 생기면 이전에 쌓았던 긍정적 감정까지 무너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연자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우리가 '진정성'에 굶주린 사회


그렇다면 출연자들이 잘못한 걸까. 꼭 그렇게 단정 짓기 어렵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노출은 곧 기회다. 방송 출연 이후 팔로워가 수십만 명 늘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실제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사와 출연자 사이에서 방송 이후 SNS 활동까지 염두에 둔 계약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미디어 연구팀이 2023년 리얼리티 프로그램 시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67.3%가 리얼리티 출연자를 '가공된 인물이 아닌 실제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제작 환경을 고려할 때 완전한 무편집 리얼리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편집된 진정성에 감동하고, 출연자는 노출 효과를 활용한다. 이 구조 안에서 배신감은 예정된 결말인 셈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일찍이 현대인이 '진정한 연결'에 굶주려 있다고 진단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지금, 리얼리티 예능은 그 굶주림을 달래주는 대리 경험의 장이 됐다.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과도하게 감정을 투자하는 건 그 갈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망 이후: 상처받은 감정을 건강하게 쓰는 법


이 실망감을 굳이 억누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가 무엇에 감동했는가'를 되짚어 보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리얼리티 예능에서 누군가의 진심 어린 고백에 감동했다면, 그건 당신 안에 그런 솔직함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신호다. 강현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준사회적 관계에서 경험하는 감정이 실제 대인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니 채널을 돌리며 실망하기 전에, 잠깐 자신에게 물어봐도 좋다. 나는 일상에서 어떤 진심 어린 연결을 원하고 있나. 문득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지금 바로 짧은 메시지 하나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화면 속 낯선 사람의 진정성을 찾기보다, 내 곁의 진짜 사람과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이 어쩌면 훨씬 깊은 연결을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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