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한국심리학신문=김수현 ]

대부분의 사람은 정신과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거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2011년에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과 이미지는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정신의학과에 방문하기를 꺼린다. 국가정신건강현황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비율은 12.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우울증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증상이 악화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우울함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또한 이상할 정도로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 어라, 아까 뭐라고 했더라?

우울증 증상이라고 하면 흔히들 지속적인 우울감과 무기력함, 반복적인 죽음에 관한 생각을 떠올린다. 이는 사실이다.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사람의 행동을 느리게 만들고, 기쁨과 슬픔 등 감정을 정상적으로 느낄 수 없게 한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삶에 대한 의지 상실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울감과 무기력함 못지않게 환자를 괴롭히는 증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지기능 손상이다.
인지기능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 기억, 이해, 판단 과정을 거치고 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뇌의 정신적 처리 능력이다. 즉, 일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우울증은 이런 중요한 인지기능을 손상한다.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판단력이 흐려지며, 단기 기억력이 저하해 일어나지 얼마 안 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 단순히 우울함을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다.
인지기능 손상은 대다수의 사람이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증상이 아니라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의 거의 절반이 인지기능 손상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뉴스 헬스조선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45%가 집중력 저하를, 39%가 기억력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 병원 갔다가 기록 남으면 어떡해

비보험 진료란 건강 보험을 적용받지 않고 진료를 보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평균 7~1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부담해야 하지만, 의외로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자가 비보험 진료를 받는다. 비보험 진료를 받을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진료 기록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초반에 언급했다시피,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이미지는 남아있다. 그래서 채용이나 승진, 보험 가입 등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 진료 기록을 남기는 걸 피한다.
그러나 이건 잘못된 사실이다.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진료 기록을 열람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수사나 재판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기록을 열람할 수도, 진료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할 수도 없다.
의료법 제 21조
①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추가기재 · 수정된 경우 추가기재 · 수정된 기록 및 추가기재 · 수정 전의 원본을 모두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 인지기능을 회복시키려면

인지기능 손상에서 벗어나려면 손상의 근원인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이 치료되면 자연스레 인지기능도 같이 회복된다. 약으로는 항우울제(세로토닌에 선택적으로 작용), 벤라팍신(주의력, 기억력, 각성에 필요한 노르에피네르픈을 활성화), 데스벤라팍신(벤라팍신의 유효성분을 정제), 멀티모달과 보티오세틴(신경전달물질에 작용)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인지기능 상승은 우울증 회복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6주~12주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많은 환자가 힘들어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인지기능은 일상생활을 보내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니 말이다. 분명 약은 먹고 있는데 나아진 건 없는 것 같고, 집중력이나 기억력 문제로 외부의 좋지 못한 시선을 받을지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중간에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회복이 느린 탓에 치료가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는 정상이다. 회복은 초반에 빠른 속도에 비해 후반은 느린 편이다.
그러니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감기도 초기에 해결해 버리는 게 더 좋지 않은가.
[참고 문헌]
1) 김병수. (2025년 6월 30일). 집중 안 되고 계속 깜빡… '이 병'도 치매처럼 인지기능 떨어뜨린다. 헬스조선.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6/27/2025062701978.html
2) 국민 30%가 겪는 정신장애, 여전한 오해와 편견 뜯어보니…. (2025년 4월 23일). 비즈한국.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9475
3) [정신과 의사 내부자들]. (2023년 3월 31일). 우울증 회복되는 순서 [영상]. 유투브. https://youtu.be/5od49KP1hUk?si=u1JkQT2RkiyT79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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