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보다 ‘그때 그 맛‘…추억의 과자에 손 뻗는 어른들, 심리학으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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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보다 '그때 그 맛'…추억의 과자에 손 뻗는 어른들, 심리학으로 보면?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유행보다 '그때 그 맛'…추억의 과자에 손 뻗는 어른들, 심리학으로 보면?


마트 진열대 앞에서 괜히 멈춰 선 적 있는가. 분명 사려던 물건이 따로 있었는데, 어린 시절 먹던 과자 봉지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발이 저절로 멈춘다. 심지어 예전 맛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집어 든다.


최근 편의점과 마트에서 11년 만에 재출시된 과자 '캪틴큐'가 품절 사태를 빚으며 화제가 됐다. 온라인에서는 '드디어 돌아왔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오픈 직후 완판 행렬이 이어졌다. 단순히 맛이 특별해서였을까. 심리학자들은 다른 답을 내놓는다.



노스탤지어의 힘: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심리적 방어막


심리학에서 '노스탤지어(nostalgia)'는 단순한 향수 이상의 기능을 한다. 콘스탄틴 세디키데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08년부터 10년 이상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를 경험한 사람들은 현재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 완충 효과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가자의 약 79%가 노스탤지어를 경험한 직후 자신의 삶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다고 응답했다.


특히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일수록 이 경향은 강해진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AI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갈증이 복고 열풍의 핵심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니까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어린 시절 먹던 과자는 그 자체로 '시간이 멈춘 지점'이다. 그 봉지를 집어 드는 순간, 뇌는 과거의 안전하고 예측 가능했던 시절로 순간이동한다. 지금의 불확실함이 잠시 희미해지는 경험, 이것이 품절 대란의 진짜 이유다.



뇌가 기억하는 '처음 맛': 각인 효과와 음식 기억의 특별함


음식 기억은 다른 어떤 기억보다 강력하게 각인된다. 하워드 에이첸바움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음식과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와 해마가 동시에 활성화되면서 감정과 서사가 함께 저장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음식 기억은 정서적 맥락과 강하게 결합되어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유지된다.


처음 맛본 경험이 기준점이 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초두 효과(primacy effect)'와 결합된 '감각 각인'이라 부른다. 캪틴큐를 처음 먹었던 그 순간의 맛, 냄새, 그때의 기분이 하나의 패키지로 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재출시 소식과 함께 한꺼번에 불러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도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억 속 맛은 이미 이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과 결합된 기억은 단순한 미각 정보가 아니다. 그것은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의 관계, 그 시절의 안도감을 함께 담은 감정 꾸러미다.



AI 시대의 역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를 그리워한다


흥미로운 점은 복고 소비가 젊은 세대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내 한 유통업계 조사에 따르면 재출시된 레트로 식품의 주요 구매층 중 2030세대 비율이 40%를 넘었다. 직접 먹어본 적이 없는 세대조차 '그때 그 느낌'에 끌린다는 의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대리 노스탤지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부모 세대의 이야기나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과거 이미지에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현상이다. 급변하는 현재에 대한 피로감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세디키데스 교수는 노스탤지어가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연결감이 부족할 때, 미래가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캪틴큐 품절 사태는 사실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피로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향수에 지갑 열기, 문제일까: 건강한 노스탤지어 활용법


다행히도 노스탤지어는 잘 활용하면 실제로 심리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세디키데스 교수 연구팀의 2023년 메타분석 결과, 노스탤지어를 적절히 경험한 집단은 우울감과 고독감 지수가 유의미하게 낮았고, 삶의 목적의식도 높게 나타났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행위 자체가 현재의 나를 지탱하는 심리적 자원이 된다는 의미다.


단, 전문가들은 노스탤지어가 현실 회피의 수단으로만 기능할 때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과거에만 머물며 현재를 외면한다면 오히려 심리적 고립이 심화될 수 있다. 추억의 맛을 즐기되, 그 기억 속에 함께했던 사람에게 연락 한 통 건네는 것이 훨씬 풍요로운 선택이다.


오늘 마트에서 옛날 과자 봉지가 눈에 띈다면, 잠깐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그 과자를 함께 먹었던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오랜만에 생각나서 연락해봤어'라는 메시지 한 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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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19 07: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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