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악플을 ‘콘텐츠‘로 읽는다…보는 우리는 괜찮은 걸까?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연예인이 악플을 '콘텐츠'로 읽는다…보는 우리는 괜찮은 걸까?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연예인이 악플을 '콘텐츠'로 읽는다…보는 우리는 괜찮은 걸까?


화면 속 연예인이 자신을 향한 악플을 소리 내어 읽는다. 어떤 이는 웃어넘기고, 어떤 이는 눈물을 참으며 읽는다. 댓글창엔 '오히려 대단하다', '멘탈 강하다'는 응원이 쏟아진다. 이 장면이 콘텐츠로 소비되고, 심지어 인기를 끄는 시대다.


그런데 잠깐,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상처를 구경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상처를 '재미'로 포장해 유통하는 이 구조 속에서, 보는 우리의 심리는 과연 건강한 걸까.



관음의 쾌감: 타인의 고통이 왜 흥미롭게 느껴질까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와 연결해 설명한다. 독일어로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뜻하는 이 개념은, 인간이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본능적 기제에서 비롯된다. 리처드 스미스 미국 켄터키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다고 인식되는 대상이 곤경에 처할 때 샤덴프로이데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외모, 재능, 명성, 수입 모두 평균 이상으로 인식된다. 그런 존재가 악플을 읽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볼 때, 일부 시청자는 무의식적으로 '평등감'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수평화 욕구'라고 부른다. 나도 모르게 작동하는, 불편하지만 실재하는 감정이다.


문제는 이 감정이 콘텐츠 소비를 통해 반복적으로 강화된다는 점이다. 볼수록 익숙해지고, 익숙해질수록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탈감작(desensitization)'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악플을 읽는 당사자의 뇌: 웃는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다


악플을 콘텐츠로 소화하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쿨하게' 웃어넘기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나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의 fMRI 연구는 사회적 거절과 언어적 공격이 뇌에서 신체적 통증과 동일한 영역, 즉 전측 대상피질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웃는 얼굴 뒤에도 뇌는 실제 고통을 처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고통이 '공개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심리적 상처를 혼자 감당하기도 벅찬데, 카메라 앞에서 그 순간을 연기처럼 버텨야 하는 상황은 이중의 소진을 유발한다. 이는 '감정 노동(emotional labor)' 개념으로도 설명된다. 앨리 혹실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정의한 이 개념은,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피로를 가리킨다.


콘텐츠 촬영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그 말들은 남는다. 이선정이 이혼 후 공황 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하며 '홀로 버텨야 했던 시간'을 언급한 것처럼,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상처는 훨씬 깊고 오래간다.



악플러의 심리: 왜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를 줄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심리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익명성 뒤의 탈억제 효과'다. 존 숄러 미국 랜드연구소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익명 환경에서는 평소 자신을 억제하던 사회적 규범이 약화되어 오프라인에서는 하지 않을 말을 쉽게 내뱉게 된다. 화면 너머 상대방이 실제 인간이라는 감각 자체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둘째는 '소속감 확인'이다.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는 커뮤니티 문화 속에서 악플은 일종의 집단 결속 행위가 된다. 함께 누군가를 비판하며 우리편임을 확인하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한다. 셋째는 자신의 좌절감과 열등감을 배출하는 '치환(displacement)' 기제다.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한 감정이 상대적으로 '공격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대상을 향해 분출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악플은 습관이 된다. 그리고 그 습관은 현실의 공감 능력과 관계 맺기 방식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친다.



콘텐츠가 된 상처: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악플 읽기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한, 플랫폼은 계속 이를 기획할 것이다. 구조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인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이 콘텐츠를 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한 번만 물어보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재미인지, 안도인지, 연민인지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반응은 달라진다.


미국 심리학회(APA)는 디지털 미디어 속 타인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공감 피로와 도덕적 무감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예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화면을 보는 우리도 모두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SNS에서 누군가를 향한 비난의 댓글을 보았다면, 거기에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딱 한 번만 멈춰보자. 내가 지금 무엇에 동참하려는 건지를. 작은 멈춤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덜 무겁게 만들 수 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3087
  • 기사등록 2026-10-18 08:04:0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