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움> 속 익숙한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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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 속 익숙한 공간에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 - 집이 공포의 공간이 되는 순간
  • 기사등록 2025-08-20 08: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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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하은 ]


출처 <비바리움>

2019년에 개봉한 로칸 피네건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인 <비바리움>의 포스터만 봐도 범상치 않다. 녹색 톤이 깔린 바탕에 큐브 형태의 집 그리고 뒤로 떠 있는 구름과 줄 지어 있는 집들은 마치 이곳을 하나의 그림 속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 영화는 현재까지도 무서운 장면 없이 섬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이 다소 일상적인 집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비현실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톰’과 ‘젬마’가 어느 날 같이 살 집을 구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인을 만나게 되고 ‘욘더’라는 마을에 들어서게 되면서 끝없는 굴레에 갇히게 된다. 그들이 욘더에 갇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습을 담은 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우리는 어떤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을까?



출처 <비바리움>

1) 현실적 공간의 이중성


우리에게 집은 어떤 공간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집은 안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만큼 안전한 공간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다르게 표현된다. 주인공들은 '욘더'라는 마을에서 집을 얻게 되며 희망과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이후에 이곳에 갇히게 되면서 이들은 위험한 곳임을 알게 된다. 


이 공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해진 자원과 주어진 것에 따라서만 살아야 한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나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먼저 이들은 집에 배달되는 물건을 통해 하루하루를 버틴다.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지만 나갈 곳은 없다. 그리고 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한정적이다. 그저, 주는 것을 먹고 나가지도 못하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배달된 아이를 갑자기 키워야 하는 임무를 받게 되면서 이들의 삶은 선택권이 없어진다. 이런 순간들이 지극히 안전하다고 느꼈던 집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제 이 곳은 감옥과도 같이 보인다.


우리가 집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원할 때 무언가를 먹고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할 때 자유로운 외출 또한 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익숙했던 자유를 차단하고 탈출구를 없애며 주인공들에게 두려움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익숙한 것이 낯설게 느껴지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언캐니'라고 한다. 이런 심리는 특히 익숙한 곳에서 더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공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학교는 어둡고 인기척이 없는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혹은 귀신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우리가 무섭다는 감정을 느끼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활기차고 밝은 학교의 이미지가 깨졌기 때문이다. <비바리움> 또한 그렇다. 현실에 없는 공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안에서 낯설고 기묘한 상황들을 보여주며 기존의 안전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 마치 이곳의 상황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들며 계속해서 두려움을 제공한다. 이제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아무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탈출하려고 해도 나가지 못하고 빙빙 도는 모습들을 보며 그들과 함께 공포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출처 <비바리움>

2) 아이를 통한 불쾌한 골짜기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 또한 공포감을 극대화시켜 준다.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닌 마치 물건처럼 이들에게 배달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들에게 육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또한 아이의 빠른 성장은 평범하지 않게 보인다. 영화 속 아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성장 과정이 아닌 빠른 속도로 어린이, 청소년, 어른으로 성장한다. 아이가 무섭게 느껴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주인공들이 조금이라도 탈출하려고 하면 아이는 계속해서 이들을 감시한다. 이는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하는 모습을 통해 나타낸다. 이런 모습은 마치 감정 없는 로봇 같아 보인다. 분명 아이의 얼굴을 띄고 있지만 행동과 표정, 말투 모든 것들이 어색하다. 


주인공들은 아이를 보며 "사람이 아닌 것 같다"라고 느낀다. 하지만 이곳에서 강제적으로 주어진 육아를 해내며 이들은 영원히 이 공간과 아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한다. 주체적이지 못한 강제적인 삶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절망은 곧 이들에게 또 다른 두려움이 된다. 아이가 어른이 된 이후에는 비로소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아파진 톰의 시체를 쓰레기처럼 버리고 처리하는 사람이 바로 성장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톰이 필요 없어졌다며 어떤 슬픔도 연민도 표현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젬마는 이제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게 된다.


부모에게 아이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자신이 낳고 키우는 모든 순간에 여러 감정들을 느끼는 만큼 가족이자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아이는 부모에게 사람과 닮은 위험한 존재로 표현된다. 겉으로 볼 때 아이지만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눈 앞의 존재가 진짜 아이가 맞는지 의심하게 될 것이다. 영화 속 아이는 성장한 어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충격을 느끼게 한다. 이때 보호해 줘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도망쳐야 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며 우리는 남은 주인공도 죽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집에 단둘이 남은 것을 보았을 때 더 큰 공포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출처 <비바리움>

3) 죽음이라는 공포


영화는 삶과 죽음을 함께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죽음은 일반적이지 않다. 아이가 자라나면 건강은 점점 악화되며 사람이 죽으면 관이 아닌 커다란 비닐 백에 담겨져서 버려진다. 이곳에서 죽음은 무의미하게 처리된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누구나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하며 선택도 자유도 없다. 심지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치워지고 정리된다. 이들이 죽는 순간은 더 이상 부모가 할 일이 없어졌을 때이다. 어딘가에 갇혀 강제적으로 주어진 것만을 하며 살아야 된다는 상황 자체가 주는 두려움도 크지만 무엇보다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다. 인간이라면 피하고 싶은 죽음이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갑자기 찾아오며 죽음 후에 처리되는 곳이 다름 아닌 집이다.


앞서 낯설게 느껴지며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집과 아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죽음,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른 채 집에 남아 버린 젬마의 모습을 보는 우리는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또한 이런 요소들은 한데 어우러져 앞으로의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공포의 무대가 되는 순간이다.


<비바리움>은 이렇게 집과 가족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비틀어 언캐니로부터 느끼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잘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건 영화의 배경이 너무나도 익숙한 '집'이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욘더 속 집을 위협적인 곳으로 보여주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불안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영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제공하며 더욱 큰 공포감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현대의 많은 공포 혹은 스릴러 영화에서 무엇보다 현실적인 공간을 여전히 보여주는 이유일 것이다.



참고문헌

1) 유진월(Yoo Jin-Wol). "<비바리움>의 부조리한 세계와 출구 없는 삶의 공포:언캐니와 그로테스크를 중심으로." 횡단인문학 9.1 (2021): 205-232.

2) 홍원표 ( Won Pyo Hong ). "시간적 존재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생물적 삶, 정치적 삶, 그리고 정신의 삶." 글로벌정치연구 8.1 (2015): 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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