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한국심리학신문=박성용]

여름 밤, 복잡한 도시의 열기를 뚫고 콘서트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과 긴장, 그리고 묘한 일체감이 흐른다. 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같은 노래를 기다리는 눈빛, 그리고 무대가 열릴 그 찰나의 고요함.
우리는 이미 수십 번, 수백 번 그 가수의 노래를 들었지만, 굳이 시간을 들여 티켓팅을 하고, 돈을 쓰고, 심지어 지방 공연이나 해외 공연까지 따라간다. 왜일까?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다. 콘서트는 감정, 정체성, 소속감, 해방감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의 총집합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인간이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드는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불렀다. 콘서트장은 이 몰입 상태가 극대화되는 공간이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아티스트, 몸 전체를 감싸는 스피커의 진동, 수천 명이 동시에 따라 부르는 노래. 이는 우리의 인지, 감각, 감정을 하나로 통합시킨다.
최근 사이언스 타임즈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고, 특정 리듬에 맞춰 여러 사람의 뇌파가 ‘동기화’되는 현상도 관찰된다. 특히 떼창이나 박수, 응원 구호는 청중 간의 감정 연결을 강화시켜,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는 단순한 ‘공연 관람’이 아닌, 감각과 정서를 공유하는 심리적 경험의 장이다.
콘서트는 집단심리의 놀이터다. 사회심리학자 헨리 테지펠이 말한 ‘사회적 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팬덤이 대표적인 예다.
같은 굿즈를 사고, 같은 응원봉을 흔들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나’는 ‘우리’가 된다. 실제로 응원법이나 공식 응원봉은 소속 집단의 상징이자 심리적 일체감을 유도하는 도구다. 그 안에서 개인은 고립되지 않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존재한다는 확신을 얻는다. 이처럼 콘서트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집단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콘서트장은 감정을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드문 공간이다. 일상 속 우리는 수많은 사회적 규범과 기대 속에서 ‘감정 노동’을 수행한다. 회사에서는 인상을 찌푸릴 수 없고, 학교에서는 눈물을 흘릴 수 없으며,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갈등보다 평화를 택해야 할 때가 많다. 이런 억압은 마음속에 감정을 쌓이게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압박이 커진다.
그런데 콘서트장에서는 다르다. 주변에 있는 모두가 울고, 소리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여기서는 감정 표현이 오히려 ‘허용’되고 ‘기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적 판단의 눈길이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훨씬 관대해진다. ‘참지 않아도 되는 자리’인 것이다.
평소 억눌러온 감정이 특정한 안전지대에서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음악이라는 감정 자극 요소가 더해진다. 특정 노래나 가사의 정서적 울림이, 개인의 기억이나 감정과 연결되며 눈물이 나거나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이 발생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신체 움직임을 동반한 감정 표현이다. 콘서트에서는 박수치고, 소리 지르고, 몸을 흔들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뇌에서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옥시토신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이는 마치 운동 후의 기분 좋은 피로처럼, 스트레스를 생리적으로 해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콘서트 후 "속이 뻥 뚫린 기분"이라는 표현은 단지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신체적 반응과 감정 해방이 동시에 일어난 결과인 셈이다.
콘서트 티켓은 비싸다. VIP석은 수십만 원을 넘기기도 하고, 굿즈에 수백만 원을 쓰는 팬들도 있다. 이 모든 소비는 단순한 물질 구매가 아니다. 이는 ‘경험을 사는 소비’, 즉 경험적 가치 중심의 소비다.
사람들은 물질보다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 특히 콘서트는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하나뿐인 순간’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 그 순간은 사진, 굿즈, 브이로그 등으로 다시 소비되고, 팬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는 마치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또한 한정판, 선착순, 좌석 경쟁 등은 희소성의 심리를 자극한다. 이로 인해 팬들은 더 큰 몰입과 열정을 경험하며, 그 소비는 단순한 낭비가 아닌 의미 있는 선택으로 정당화된다.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특정한 구성원들이 모여, 특정한 소리를 듣고, 정해진 행동(떼창, 응원)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콘서트는 종교적 의식과도 닮았다.
이러한 의식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정체성의 강화를 제공한다. 누군가에겐 치유였고, 누군가에겐 추억이며, 누군가에겐 자존감 회복의 계기가 된다. 우리는 그 공연의 열기와 떨림, 조명의 깜빡임, 목이 쉬도록 따라 부르던 노래들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그래서 콘서트는 끝났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순간을 떠올리며 심리적 충전을 받는다. 무대 위에서 울고 웃던 그 시간은 단지 음악이 아니라, 마음이 기억하는 의식이었다.
콘서트의 음악은 CD로 들어도 되고, 좋아하는 가수의 얼굴은 대형 TV모니터가 더 자세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동일한 이벤트나 사람을 보고 집중하고 열광하는 것은 인터넷상으로는 대체하기 힘든 경험이다.
[공간의 미래 中]
*참고 문헌*
이영희, 「코로나 이후, 콘서트가 청년에게 주는 심리적 해방」, 한겨레, 2022.05.14.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 김명철 옮김, 한울, 2004.
유현준, 『공간의 미래』, 을유문화사, 2020.
이지현, 융의 적극적 상상과 카타르시스 관점에서 본 신체적 감정 표출의 심리적 의미
“공연예술 관람객의 감성지능이 관람동기·만족도·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한국문화정책학회지
"음악은 사회성을 키우는 도구", 사이언스 타임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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