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속의 뇌도 온전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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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속의 뇌도 온전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5-08-14 18:35:37
  • 기사수정 2025-08-16 15: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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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통 속의 뇌도 온전히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우리는 심장이 멈추었을 때 생물학적 죽음을 맞이하지만, 우리가 인간답게 생각하고, 감정과 기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관은 바로 뇌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궁금해한다. “내 뇌만 살아 있다면, 나는 나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이런 상상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철학적 사고실험이 바로 ‘통 속의 뇌(Brain in a Vat)’다. 물리적인 몸은 없지만 뇌만 따로 보존되어 인공적인 자극을 받으며 작동한다면, 그 뇌 안에 담긴 ‘나’는 여전히 온전한 ‘나’일까? 뇌만으로도 나는 존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 없다. 온전한 ‘나’는 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움직이는 몸, 그리고 그 몸을 움직이며 겪는 자극과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진다.




뇌는 ‘생각’이 아니라 ‘움직임’을 위해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뇌의 역할을 생각이나 지능으로만 이해한다. “생각하려고 뇌가 있는 거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뇌는 살아남기 위해, 특히 움직이기 위해 진화했다.”


예를 들어 보자. 해양 생물 중 하나인 멍게는 유생 시절에는 원시적인 뇌를 가지고 스스로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바위에 정착하면, 그 자리에서 평생을 움직이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때 멍게가 처음으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자기 뇌를 먹어 치우는 것. 움직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뇌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실제로 약 5억 년 전, 생명체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망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절이 점차 발달해 오늘날의 ‘뇌’가 되었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치고 추적하기 위해서, 즉 움직이기 위해서 뇌가 생겨난 것이다.




뇌는 움직임을 만들고, 움직임은 뇌를 만든다


과거에는 자극 → 뇌 → 행동이라는 일방향 모델이 주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에는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뇌는 행동을 산출할 뿐 아니라, 행동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변화한다.”


특히 움직임 자체가 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자극이라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환경의 자극을 받아 반응하듯이, 내가 만들어낸 움직임 또한 나 자신의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바꾸며, 성장시킨다.




지금 여러분의 두 손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여러분의 양손을 등 뒤에 놓고 가위바위보를 해보자.


왼손은 무엇을 냈고, 오른손은 무엇을 냈는가? 그걸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알 수 있었는가?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두 눈으로 보지 않고도 내 사지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다. 놀랍게도 이 너무도 당연한 감각조차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기였을 때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배운 결과물이다.


처음에 아이는 자기 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손을 휘두르며 주변을 더듬고, 발을 쳐보고, 때로는 자기 머리통을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탐색한다. 어느 날엔 자신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건 내 거구나!”라는 감각을 처음으로 얻는다. 그렇게 손과 발, 관절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감각적으로 익혀가며, 자기 신체에 대한 내면의 지도, 즉 체감각피질이 점차 정교하게 발달해간다.


우리는 그렇게 해서 눈을 감고도 내 발끝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내 손이 어느 정도 꺾여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즉, 움직임은 뇌가 발달하기 위한 가장 원초적이고도 필수적인 자극인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뇌는 퇴화한다


실제로 움직임이 제한된 사람, 혹은 실험에서 움직임을 제한당한 동물의 경우, 뇌의 특정 영역 발달이 저해되거나 뉴런 성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는 단지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차원이 아니라, 운동 자체가 뇌 발달의 기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공을 차고, 손을 뻗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모든 움직임은 단지 행동이 아니라, 뇌를 자극하는 피드백의 시작점이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뇌는 자기 자신을 정비하고, 세상에 대한 지도를 그리고, 학습과 기억의 틀을 완성해 나간다.


다시 ‘통 속의 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통 속의 뇌가 아무리 온전한 나의 기억과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뇌가 산출된 움직임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면, 그 뇌는 결국 퇴화하게 될 것이다. 움직임은 단지 결과물이 아니라, 뇌를 자극하고 변화시키는 시작점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움직이는 존재다.


*참고문헌

Mark A. Gluck 외 2인(2019), 학습과 기억(제 3판) 뇌에서 행동까지, 시그마프레스

이즐라(2023), 지적 호기심을 위한 뇌과학 만화, 큐리어스

"[미래수업] 몸을 움직이는 것이 뇌 건강에 중요합니다 뇌과학자 장동선이 알려주는 운동과 뇌 발달의 상관관계", <디글 :Diggle> (2025.07.21), https://youtu.be/Qwsy11K-gLw?si=evEPRoWWmbqJ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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