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린
[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쉬운 그 ‘마음먹기’조차도, 누군가에게는 끝이 없는 싸움일 수 있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행복에도 ‘기준점’(set-point)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긴 하지만, 사람마다 일정한 평균을 가지며 이는 모두 다르다. 누구는 49점, 누구는 87점이다. 바로 이 평균이 사람마다의 개인차이자 이 개인차는 곧 사람의 성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격은 어떻게 구성될까? Raymond Cattell은 인간의 개인차를 과학적 근거가 있는 분류적 스키마로 구별하고자 양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요인 분석을 제안하였다. 이 연구는 영어권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50개국 이상에서 다국적 요인 분석을 통해 문화 간 일관성이 확인되었다.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들을 요인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 외향성, 신경증, 개방성, 원만성, 성실성이라는 다섯 가지의 주요 성격 요인이 도출되었다. 성격심리학에서는 이를 big 5라 부르며 이를 통해 성격을 설명한다.
big 5 중에서 행복과 가장 긴밀하게 연관을 맺는 두 가지는 외향성과 신경증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밝고 즐거움을 잘 느끼는 것이 있다. 이는 곧 이 즐거움을 찾기 위한 위험을 감수하는 특징과 함께 온다. 자기주장적이며 사회적 접촉을 추구하고 긍정 정서를 잘 느끼며 이런 긍정 정서를 주는 자극과 활동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외향성이 높은 사람이 행복감을 더 잘 느끼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신경증이 높은 사람의 특징으로는 불안 수준이 높고 공격성도 높다. 쉽게 우울을 느끼며 이러한 부정 정서와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행복을 느끼기 굉장히 어려운 성격 특질일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은 big 5에 해당하는 성격 특질을 모두 가지고 있고 정도의 차이를 가진다. 이 정도의 차이에 따라 누군가는 더 쉽게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쉽게 불안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또 외향성과 신경증이 둘 다 높은 사람은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많이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격은 행복의 기본값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같은 일을 겪어도 다르게 느끼고 반응한다.
그렇다면 노력은 소용없는 걸까? McNamara(2014)는 9000여개의 기사들의 메타분석을 통해 연습의 비중이 게임은 26%, 음악은 21%, 스포츠는 18%, 교육은 겨우 4%라는 결론을 통계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필요는 하지만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결국 성격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성격심리학과 행복심리학의 서은국 교수님께서는 어렵다고 대답하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격 특질은 여러 특성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도출된 결과다. 즉, 상대적 등수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 내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상대적 등수는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신경증이 높은 사람은 늘 불행하고 외향적인 사람만 행복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성격은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신경성이 높으면 감정 기복이 크지만,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게 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면 외향성은 긍정 정서와는 관련이 있지만, 피로함을 못 느끼고 과하게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는 위험도 수반하게 된다. 즉, 모든 성격에는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또한 성격 자체를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행동을 통한 변화는 가능하다. 외향성을 흉내내는 것과 같이 행동을 바꿈으로써 행복을 잘 느끼는 삶에 다가갈 수 있다. Fleeson(2002)의 논문에 의하면 자신을 소개할 때 내향인이 외향인처럼 소개하며 행동하였을 때의 긍정 정서가 내향인처럼 소개할 때보다 훨씬 크며, Zelenski(2013)의 논문에 의하면 내향적인 사람도 일시적으로 외향적으로 행동할 때, 더 많은 긍정 정서를 경험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격을 좋고 나쁘다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격을 이해하고 노력 부족이 아닌 나의 타고난 성격의 영향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예민해졌을 땐, "내 신경증의 영향이구나! 내가 덜 예민해질 수 있도록 상황을 바꿔보자"라고 생각하거나 "너무 내가 하고 싶은 것만을 추구하다 보니 중요한 일을 해야할 때 지치게 되고 놓치는 것이 생기는구나 조금 더 다방면으로 생각해 보자"라는 등의 성격을 이해하며 나의 상태를 조절하고 반응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를 이해하는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마치 너무 멀리 있는 것만 같고 인생에서 반드시 가져야만 성공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행복은 감정이다. 이 행복감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그저 인간의 감정일 뿐이다. 나를 온전히 이해할 때 또 행복이 언제 나에게 오는지를 이해할 때 행복은 나에게 바람처럼 솔솔 찾아오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John, O. P., & Srivastava, S. (1999). The Big-Five trait taxonomy: History, measurement, and theoretical perspectives. In L. A. Pervin & O. P. John (Eds.), Handbook of personality: Theory and research (2nd ed., pp. 102–138). Guilford Press.
2, Diener, E., Lucas, R. E., & Scollon, C. N. (2006). Beyond the hedonic treadmill: Revising the adaptation theory of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61(4), 305–314. https://doi.org/10.1037/0003-066X.61.4.305
3. Fleeson, W. (2002).
Towards a structure- and process-integrated view of personality: Traits as density distributions of stat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6), 1011–1027.
https://doi.org/10.1037/0022-3514.80.6.1011
4. Zelenski, J. M., Whelan, D. C., Nealis, L. J., Besner, C. M., Santoro, M. S., & Wynn, J. E. (2013).
Personality and affective forecasting: Trait introverts underpredict the hedonic benefits of acting extraver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5(6), 1091–1104.
https://doi.org/10.1037/a0033902
5. Macnamara, B. N., Hambrick, D. Z., & Oswald, F. L. (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25(8), 1608–1618. https://doi.org/10.1177/0956797614535810
6. 서은국 (2024). 연세대학교 성격심리학 및 행복심리학 강의 내용, 개인 수강 기록에 근거함.
7. 사진 출처: 서은국 교수, 「성격심리학」 강의 자료, 2025년 제공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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