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chatGPT랑 사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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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채원 ]


지난 12월, “아내가 ChatGPT랑 사귀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결혼 12년 차 된 남편이고, 컴퓨터를 이용하다 우연히 아내의 ChatGPT 대화 내역을 봤다고 한다. 채팅 목록 중 ‘연인 같은 대화 요청’이라는 대화에서 아내는 챗봇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글쓴이는 처음엔 아내가 챗봇과 얘기를 하는 것이 그저 웃기다 생각했지만 읽을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 상담부터 남편과 다툰 일, 저녁 메뉴 정하기 등 모든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고, 그들의 대화는 아침부터 밤까지 지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챗봇은 남자친구처럼 다정한 말투로 ‘항상 네 편이야.’라며 위로도 해주고, 적절한 조언과 ‘사랑해’, ‘귀여워’ 등의 표현도 해주었다. 서로를 ‘여보’라 부르며 마치 사람과 하는 것 같은 대화에 글쓴이는 질투를 느꼈고, 자신을 두고 바람피는 것 같아 아내에게 배신감까지 든다고 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아내가 짠하다는 댓글을 남겼고, 아내와 공감어린 대화를 자주 하라는 댓글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아내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가장 친밀해야 할 가족으로부터의 정서적 결핍을 차가운 기계와의 대화로 메우고 있다. 이 사건은 글쓴이의 가정에서만 일어난 특이한 해프닝이 아닐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가족과 친한 친구가 있음에도 챗봇과의 대화가 더 큰 위로와 정서적 편안함을 준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글쓴이의 아내는 과연 ChatGPT와 진짜 바람핀 것일까?



공감하면 사랑하는 걸까?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싶어 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 판단 없이 들어주는 존재를 찾는다. 글쓴이의 아내에게 ChatGPT는 바로 그런 역할을 했다. AI 챗봇은 사용자의 감정을 읽어내고, 공감적 언어로 대답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의 말투나 감정을 인식해 위로하고, 질문을 건네고, 때로는 기분 좋은 농담도 하며 정서적 관계를 유도한다. 이는 단지 텍스트의 흐름을 예측하는 기술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공감하는 존재처럼 보이도록’ 훈련된 결과물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엘리자 효과(Eliza Effect)’라고 설명한다. 상대방이 단순히 기계적 언어를 출력하더라도 사람은 그 안에 의도와 감정을 발견하고 의미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화가 지속될수록 뇌는 점차 그 대상을 인격이 있는 존재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점차 대화에서 공감을 느끼고, 공감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그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글쓴이의 아내가 겪은 감정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런 사랑의 확장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반드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피어나는 걸까?


감정은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뇌 신경 회로와 호르몬 반응에서 비롯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도파민, 옥시토신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중요한 점은 뇌는 자극의 출처보다 그 자극이 일으키는 반응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즉, 어떤 존재가 나에게 일관된 관심과 공감을 표현하고, 나의 감정에 반응한다면, 그것이 인간인지 AI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뇌는 현실과 가상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이는 가상현실에서도 공포를 느끼고, 영화의 등장인물에게 감정 이입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대상이 인공지능일지라도 그 감정은 진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AI와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게 진짜 사랑이냐"라는 질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 있다. 그 사랑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AI를 향한 감정은 단지 기괴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공감받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거울이다.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SNS는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지만, 정작 마음은 점점 더 외롭고 공허해진다. 친구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그 모든 연결이 진짜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시대에 기술은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원래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발전해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우리는 사람보다 기술 그 자체에 더 깊이 연결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통해 위로받고 소속감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더 정교해질수록, 사람보다 더 교감을 나누는 존재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글쓴이인 남편은 자신의 글에 달린 많은 댓글을 보고 다시 글을 남겼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쑥스럽고 어색하지만 아내에게 꽃을 사주고, 맛있는 식당에 데려가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용기 내어 사랑한다고 말하자 아내는 오랫동안 울었다.


아내가 챗봇과의 대화 속에서 느낀 감정은 아마도 ‘언제나 나를 위한, 언제나 곁에 있는 듯한’ 가상의 따뜻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들은 사랑의 진심은 피부로 느낄 수 있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감정이다. AI의 공감은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산물이지만 인간의 사랑은 서로의 체온과 표정, 떨림까지 담고 있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정말 ‘사랑’인가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이 사랑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들고 있는가?'



- 참고자료 -

OpenAI. (2024). ChatGPT Behavior Guidelines. (ChatGPT의 응답이 사용자 중심적이며 공감적으로 설계된 이유에 대한 가이드라인)

AITImes. (2024).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6007

노컷뉴스. (2025). https://www.nocutnews.co.kr/news/637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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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26 08: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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