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은
[한국심리학신문=김하은 ]

아들러 심리학으로 바라본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는 왜 데이지를 기다렸을까?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물질주의와 상류층의 문화를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상처와 욕망의 비극을 세밀하게 그러낸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는 주말마다 자신의 거대한 저택에서 성대한 파티를 연다. 여러 분야의 상류 인사들이 개츠비의 파티에 참석하고 유흥을 즐기지만 파티의 주인인 개츠비는 파티의 중심에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개츠비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첫사랑 데이지를 기다렸다. 개츠비가 대저택을 구입하고 파티를 연 이유는 오직 하나, 첫사랑 데이지가 언젠가 그곳에 나타나기를 바라서였다. 하지만 개츠비는 데이지를 직접 찾아가지 못하고 이웃이자 데이지의 사촌인 닉 캐러웨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렇다면 왜 개츠비는 원하는 것을 직접 얻으려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행동은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성격유형 이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아들러는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치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따라 성격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지배형은 부모가 자녀를 강압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여 형성되며, 사회에 대한 관심이 낮고 자기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둘째, 기생형은 부모가 자식을 과잉보호할 때 나타나는 유형으로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향을 보인다. 또 회피형은 사회에 관심이 없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유형으로 실패에 대ㅐ한 두려움이 커 매사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고 새로운 과제에 대해 도전하기보다 도피를 선택한다. 마지막 사회적 유용형은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고 활동도 지속적인 유형이다. 사회적 유용형인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타인과 협력하고 이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위의 네 가지 유형 중 개츠비는 ‘회피형’에 가깝다. 개츠비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으나 스스로를 재창조하여 상류층의 삶을 쟁취했다. 그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거대한 저택에서 살며 성대한 파티를 개최하는 등 화려한 삶을 살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결핍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피형은 실패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간접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그녀가 먼저 자신의 파티에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닉에게 부탁하는 방식 역시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회피형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데이지는 기생형 성격의 인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류층 환경에서 자라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왔고, 그로 인해 독립적인 결정보다는 타인의 기대나 안정을 우선시하는 데이지는 개츠비를 사랑했지만 현실적 지위를 가진 톰 뷰캐넌을 선택한다. 현실적인 부와 안정적인 지위를 가진 톰과 결혼한 데이지의 선택은 내면 깊은 곳의 의존성과 불안정함을 드러낸다. 또한, 그녀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톰과 함께 도망치듯 사라지는데, 이는 타인에게 의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기생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닉 캐러웨이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유용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이야기를 관찰하며 진실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개츠비와 데이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다. 닉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지니고 있으며, 끝까지 개츠비 곁에 남아 그의 장례를 책임지는 행동은 높은 사회적 관심과 활동 수준을 보여준다. 이는 아들러가 말한 건강한 성격 유형인 사회적 유용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들러는 인간이 심리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한다고 보았고, 이 목표는 때로 현실적인 것이라기보다 개인의 내면적 열망이나 보상심리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열등감을 보상받으려 했지만, 결국 그는 환상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을 보지 못하고 파멸로 치달았다. 이는 아들러가 강조한 ‘허구적 목표’의 위험성과도 연결된다.
결국 『위대한 개츠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나 시대의 초상화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욕망과 성격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들러의 성격유형 이론을 통해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행동과 선택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심리적 동기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개츠비의 비극은 결국 그가 현실이 아닌 이상과 환상 속에서 자신을 규정했기 때문이며, 이는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왜곡의 단면이기도 하다.
출처
강영준. (2021). 친애하는 내 마음에게. 두리반.
F. 스콧 피츠제럴드. (2010).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알프레드 아들러. (2015). 아들러 심리학 입문. 스타북스.
알프레드 아들러. (2016). 아들러의 인간이해.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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