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도윤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불길을 바라봤다.
세상이 붉게 일렁였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뜨거운 연기와 피 비린내가 폐 속을 파고들었다.
옆에 엎드린 세진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어깨는 깊게 찢겨 피가 멈추지 않았다.
도윤은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피가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괜찮아… 버텨… 제발 버텨…”
세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흐려져 있었다.
멀리서 총성이 간헐적으로 울렸다.
적이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었다.
부대의 잔여 인원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폐허 속에서 각자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
도윤과 세진도 움직여야 했다.
“일어나. 이대로 있으면 죽어.”
도윤은 세진을 부축해 가까운 돌담 뒤로 옮겼다.
돌담 너머에는 붕괴된 창고가 있었고, 그 안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곳이라면 당분간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창고 안으로 몸을 숨겼다.
곰팡이 냄새와 젖은 짚더미의 습기가 가득했다.
도윤은 세진을 기대 앉히고, 군복 소매를 찢어 임시로 지혈을 했다.
“도윤아…”
세진이 낮게 불렀다.
“왜.”
“나… 살아서 집에 갈 수 있을까?”
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자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저, 세진의 손을 세게 잡았다.
밤은 길었다.
창고 밖에서는 발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총검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적군이 아직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도윤은 숨을 죽였다.
세진의 숨소리가 약해질 때마다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한밤중.
멀리서 수류탄 폭발음이 울렸다.
그 소리는 이곳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작가의 말 :
8화에서는 폭발 직후의 긴박한 생존 상황과,
부상자와 함께하는 심리적 압박을 그렸습니다.
이제 전쟁은 단순히 전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숨바꼭질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새벽이 오기 전,
그들이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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