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라서...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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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pixabay.com/ko



“나는 I라서 그래”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MBTI는 한국 사회에서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사람을 소개하고 정의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이제 “나는 ENFP야” 혹은 “나는 T라서 그래” 같은 말은 흔한 자기소개이자 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MBTI를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만큼, 우리는 모두 자신의 유형을 알고 있다.


덕분에 MBTI는 내 행동을 설명하는 편리한 도구가 되었고, 낯선 사람의 성향을 짐작하게 해주는 기준도 되었다.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자기 이해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MBTI가 과연 우리의 성격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MBTI를 과학적인 성격 검사로 보지 않으며, 대중에게 퍼진 간이 검사는 실제 심리 평가와는 차이가 크다고 지적한다. 성격을 고작 16가지 유형으로만 나눌 수 있느냐는 불만도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서 흥미로운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나는 I라서…”라는 말이다. 원래는 단순히 내향형을 뜻하는 표현이지만, 요즘은 사회적 불편함이나 불안을 감추는 핑계로 쓰이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I’라는 말에 숨어 있는 사회불안의 그림자를 살펴보려 한다.



MBTI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MBTI가 뭔지 잠깐 짚고 넘어가 보자. MBTI는 네 가지 기준―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을 조합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는 검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을 “ENFP”나 “ISTJ” 같은 네 글자로 소개하곤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간단하다.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결정을 내릴 때 무엇을 중시하는지, 생활 방식을 어떻게 조직하는지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덕분에 MBTI는 이제 “성격 테스트”를 넘어, 친구들끼리 대화 주제가 되고, 자기 성향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언어가 되었다.



내향성과 사회불안


본 기사에서는 내향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보려 한다. 사실 MBTI가 큰 관심을 받기 전에도 ‘내향’과 ‘외향’의 구분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지금 MBTI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자신이 E인지 I인지는 대체로 알고 있다. 그만큼 내향성에 대한 인식은 이미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셈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대체로 행동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자신만의 관점을 다듬은 뒤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거나 부끄럼을 잘 타는 모습을 흔히 ‘내향성’의 특징으로 이해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러한 모습이 실제로는 사회불안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단순히 소심하거나 부끄럼이 많다고 여기며 증상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거나 발표와 같은 상황을 피하는 것은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불안은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해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안장애다. 그렇기에 이를 단순히 “나는 I라서 그래”라고 치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런 내향성을 이유로 자기 불편으로 여기며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발표를 앞두고 마음이 조마조마해도 “나는 원래 소심해서 그래”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거나, 친구 모임 초대를 거절하면서 “나는 I니까 그냥 집에 있을래”라고 합리화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혹은 주목받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 때문일 수 있다. 이렇게 사회불안을 단순히 성격 탓으로 치부하면, 실제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불안은 점점 반복되며 자신을 더 위축시키게 된다.

 


'나는 I라서' 대신 해볼 수 있는 일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을까? 먼저, 성향과 불안을 구분하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 내 성향 때문인지, 아니면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표 전 긴장하거나 친구 모임에 가기 싫은 감정을 단순히 “나는 I니까”라고 넘기기보다는, “혹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불안한 건 아닐까?”라고 질문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SPS, SIAS 같은 사회불안 척도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회불안은 대개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과도한 심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자기 이해가 깊어진다.


또한, 사회적 경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유용하다. 낯선 사람과 짧게 대화해보거나 작은 발표부터 시도하면서, 그때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관찰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자신의 반응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고, 단순히 “나는 I라서 그래”라고 치부하지 않게 된다.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겪는 어려움이 사회불안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면, 적극적으로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문가와 함께 인지적 사고 과정을 재구성하거나, 단계적으로 사회적 경험을 늘려나가는 연습을 통해 불안을 관리할 수 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은 회복되고,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성향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끝으로...


결국 핵심은, 내향성이든 사회불안이든 스스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경험해보는 것이다. “나는 I라서 그래”라고 그냥 넘기기보다는, 왜 이 상황에서 마음이 불편한지 살짝 들여다보고, 작은 사회적 경험부터 하나씩 시도해보는 것이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조금씩 자신을 이해하고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내향적인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일상을 훨씬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참고

1) 박영순, (2020), 청소년의 사회불안과 SNS중독경향성 관계에서 우울과 자기몰입의 이중매개, 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2) 보던, (2007), 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흐름출판 

3) Rapee 외, (1997), A Cognitive-Behavioral Model of Anxiety in Social Phobia,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4) Richard P. 외, (1998),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measures of social phobia scrutiny fear and social interaction anxiety,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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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1 0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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