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서
[한국심리학신문=조은서 ]
부산 여고생들의 죽음 뒤에 숨겨진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부담 문제
2025년 6월, 부산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모두 유서가 남겨져 있었고, 그 내용은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학교 폭력이나 타살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 모두 입시 부담을 호소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즉각 공동대책반을 구성하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해당 학교는 일부 강사진 교체 및 학사 방식 변동 등 추가적 변화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족 지원을 위해, 숨진 학생들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3곳에 각각 장학관 1명을 긴급 파견했다. A고교 역시 이날 오전 10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입시 경쟁의 민낯: 학교와 학원에서의 숨 막히는 현실
학업을 둘러싼 학생들의 정신적 부담은 매우 실질적이다. 고려대 사회학과 초빙교수인 장안식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12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도와 원인을 분석한 보건복지부의 자료에서 거의 70%가 학업문제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스트레스 원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국내 많은 연구에서,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가 고등학생의 정신 건강, 특히 우울과 불안 증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학교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던 시기에만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표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현상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업과 교우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크게 오는데, 학교 폐쇄로 일시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학교가 청소년기에 주요한 스트레스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학교에 가지 않았던 기간 동안에 청소년들의 우울과 스트레스가 줄었다. 그리고 학교에 다시 가게 되자 늘어났다. 이 사실은 교육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만든다. “이미 학교가 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교육에만 노출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더해 “이는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부하를 주는 입시경쟁을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입시 경쟁을 겪고 있는 고등학생들과 입시 경쟁에서 성공한 명문대생들 모두 입시경쟁의 고통을 호소했다. 일반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나름대로 밤새서 열심히 하고 학원도 다녔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너무 힘들다.”면서, “친구들도 다들 장난처럼 ‘죽어야겠다’고 버릇처럼 말한다.”고 밝혔다. 입시경쟁에서 성공해 소위 SKY 대학 중 한곳에 진학한 명문대생 역시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다. 평상시에는 새벽 4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났고, 시험 직전 날에는 30분만 잤다.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 학기 때는 너무 시험압박이 심해 시험보기 40일 전부터 책상 앞에 앉으면 1시간 동안 엉엉 울고 시작했다.”며,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순간들”이라고 언급했다.

성공 프레임의 덫: 획일적 기준이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왜곡하다
한국 사회는 '좋은 대학', '안정적 직업' 등을 성공의 기준으로 강하게 내재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적성과 개성보다 입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가장 큰 실패로 여기며, 사회적인 시선과 부모의 기대가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런 환경은 진로에 대한 자유로운 탐색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한하며, 학교·학원·가정 모두가 입시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실제로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자살한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은 214명으로, 2016년(108명)의 약 두 배에 달한다.
해외 사례: 핀란드·독일 교육은 ‘경쟁보다 성장’을 중시
핀란드와 독일 등 교육 선진국들은 ‘경쟁에서 승리’보다는 ‘각자의 성장’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핀란드는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은 대학 입학시험뿐이고, 정규 교육과 별개로 사교육비 비율도 1.6%에 그친다(한국 38.9%). 평가는 일부 학교만 대상으로 하며, 학생 성과가 아니라 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자료로만 활용된다. 학교별·학생별 순위 매기기나 과도한 평가 남용은 지양한다. 학생·교사·학부모 모두 ‘나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자율적 동기 부여가 기반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에는 유명한 ‘이원적 직업 교육 시스템(duale Ausbildungssystem)'이 존재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독일의 학교와 기업은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현장 교육과 실습기회를 제공한다. 성적과 적성, 취미 등에 따라서, 대학에 갈 학생들과 대학 대신 이전에 직업전선으로 나갈 학생들이 결정된다. 중학교나 고등학교까지 나온 학생이건 박사학위까지 공부한 소위 말하는 엘리트 학생이건 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만드는 수입이 보장된다는 사실이 이러한 교육 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에게 직업의 귀천은 없다. 사회적으로도 ‘대학 진학=성공’이라는 프레임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성장과 행복이 교육의 주요 목표가 된다.
결론: 경쟁의 축소와 학생 개별 성장 중심의 교육이 절실하다
부산 여고생들의 비극은 입시 경쟁과 획일적 성공 프레임이 학생의 삶과 미래까지 좌우하는 현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학업을 중심에 두고 정신 건강을 외면하는 구조는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핀란드와 독일처럼 학생 개개인의 성장, 내적 동기, 다양한 진로 설계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삶은 훨씬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연구에서, 정신건강에 학업스트레스는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학업스트레스가 여가만족도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조절되는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경쟁이 넘쳐나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청소년들의 학업스트레스가 다른 요인으로도 조절되거나 매개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회는 왜 아이들에게 학업을 강요할까.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에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본인들이 겪어봤으니까. 그러나 “지금” 행복하지 못한 아이들은 지금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학업”과 “교육” 사이의 외줄타기에서, 우리사회의 교육의 목적과 청소년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이를 위한 대안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른이니까.

*참고문헌
1) 최인준, 김주영, 김준호, "부산 아파트서 고교생 3명 숨져... 유서엔 "학업 스트레스, 부담감 커"", 조선일보, 2025.06.24,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5/06/21/3CFYKZ46SJEM7OBO4GYYML77YE/
2) 유지희, "함께 숨진 부산 여고생 3명, 유서에는 '학업 스트레스'", 한국경제, 2025.06.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2320607
3) 김주영, 김준호, 장윤, 한영원 "무용수 꿈꾸던 여고생 3명의 비극", 조선일보, 2025.06.23,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5/06/23/2N4FFBUQHRDXDIMI5YVD2JKCNM/
4) 남지원, "코로나19로 학교 문 닫자, 아이들은 잠시 행복해졌다", 경향신문, 2023.04.14, https://www.khan.co.kr/article/202304141700001
5) 윤유진, "핀란드 학력평가는 어떻게 시행되고 있을까", 한국교육신문, 2009.10.15,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60480
6) 마연옥, "행복을 가르치는 독일 ", 오늘의 한국, 2014.09.03, http://www.k-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507
7) 장안식. 정혜원. (2015). 「고등학생 학업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 여가만족도의 조절 및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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