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도윤은 철조망을 빠져나온 뒤,
한참을 달렸다.
온몸이 진흙에 젖었고,
목구멍은 불에 그을린 듯 타들어 갔다.
하지만 더 이상 달릴 힘이 남지 않았을 때,
그는 이미 아군의 감시초소 앞에 서 있었다.
“암호를 대라!”
어두운 새벽 속에서 총구가 도윤을 겨눴다.
그제야 그는 숨을 고르며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동쪽에서 해가 뜬다.”
순간, 철조망 위의 손전등 불빛이 흔들렸다.
“살아있었군…”
초소에 있던 병사가 중얼거렸다.
곧 군인들이 달려와 도윤을 부축했다.
그러나 그들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도,
도윤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세진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진지 안으로 들어오자, 지휘관이 나타났다.
“도윤, 보고해.”
도윤은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세진은… 뒤에 남았습니다. 적의 추격을 막으려고….”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지휘관의 얼굴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동시에 비쳤다.
“이건 희생이 아니다. 낭비다.”
그 말은 도윤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스스로가 살기 위해 전우를 두고 왔다는 사실이 그를 짓눌렀다.
밤이 깊어가자, 도윤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꿈속에서도 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뛰어! 뒤는 내가 막을게!”
총성이 울리고, 그의 모습이 연기 속에 사라졌다.
도윤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다음 날 아침, 지휘관이 다시 불렀다.
“도윤, 네게 새로운 임무가 있다.”
그는 낡은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계곡 너머에, 적의 보급로가 있다. 네가 그곳을 정찰해라. 반드시.”
도윤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여전히 흔들렸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달라진 결의가 서려 있었다.
세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목소리에는 강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작가의 말 :
10화에서는 세진을 잃은 도윤의 죄책감과 심리적 무게,
그리고 새로운 임무로 이어지는 결의를 담았습니다.
이제 도윤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병사가 아니라,
동료의 희생을 짊어진 채 싸워야 하는 인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정찰 임무 속에서 마주하는 적의 잔혹함과, 전쟁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납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0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