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밤은 깊어져 있었다.
진지 위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쳐 병사들의 얼굴을 파묻듯 드리웠다.
승호는 눈을 감고 누워 있었지만, 결코 잠들지 못했다.
귀에는 여전히 바람소리가 맴돌았다.
그러나 그 바람소리마저도 점점 낯설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귓가에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불길한 속삭임 같았다.
“이상하지 않아?”
옆자리의 동료 병사가 속삭였다.
승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뭐가?”
“너무 조용해. 새 소리도 없고, 산짐승 울음소리도 없어.”
순간, 승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자연의 소리가 사라진 밤은 늘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다가오는 죽음의 기척이었다.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작은 성냥불 같기도 했고, 신호탄 같기도 했다.
병사들은 숨을 죽이며 시선을 모았다.
“적일까?”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중대장의 명령은 단 하나였다.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
승호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 안쪽에서 울려 퍼졌다.
점점 더 크게, 북소리처럼.
숨은 얕아지고, 공기가 목구멍에서 막히는 듯했다.
손끝은 차갑게 식었고, 동시에 손바닥에는 땀이 맺혔다.
소총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떨림을 멈추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진정해…”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과,
곧 닥쳐올 죽음에 대한 직감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것이 공포였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몸으로만 느껴지는 전쟁의 그림자였다.
잠시 후, 산 아래에서 미묘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승호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췄다.
풀숲을 스치는 소리, 흙 위를 누르는 발걸음.
그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시간이 늘어진 듯, 모든 감각이 과도하게 선명해졌다.
옆의 병사가 삼키는 침 소리, 흙 냄새, 심지어 자신의 심장 박동까지.
적의 정찰병일 수도, 길 잃은 짐승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전쟁터의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승호는 시선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빛조차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세상은 숨을 죽이고 있었고, 어둠 속 어딘가에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곧 이 고요는 깨질 것이라는 것을.
총성과 포성, 그리고 피의 냄새가 불빛과 함께 밀려올 것임을.
작가의 말 :
이번 11화에서는 전투 직전 병사들의 심리적·신체적 반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했습니다.
호흡 변화, 심장 박동, 손끝의 떨림 같은 세밀한 묘사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이 어떻게 몸을 지배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불길한 고요가 결국 폭발하는 순간을 이어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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