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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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기와지붕은 무너져 내렸고, 

검게 그을린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민간인들의 삶이 깃든 작은 집들이 불길 속에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강민은 총을 움켜쥔 채, 

잔해 사이에 멈춰 섰다.

발밑에 부서진 항아리 조각과 흩어진 책장이 차갑게 깔려 있었다.


“이건... 우리가 지키려 했던 마을이잖아.”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졌다.

함께 있던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어떤 이는 입술을 깨물었고, 

어떤 이는 눈을 감았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 순간, 

무너진 벽 틈에서 미약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재를 헤치며 다가갔다.

부서진 기둥 사이에, 

어린 소녀가 웅크려 있었다.

먼지와 피로 뒤범벅된 얼굴에 공포가 가득했다.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강민은 총을 내려놓고 아이를 안아 올렸다.

그의 팔에 닿은 아이의 몸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그만큼 많은 이들이 죽었다는 절망이 동시에 밀려왔다.

뒤에서 병사들이 수군거렸다.


“민간인... 아직 남아 있었던 거야?”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거지.”


누군가의 목소리는 죄책감으로 갈라졌다.

강민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 연기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불타는 마을, 죽어간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

이 모든 것이 강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처럼 새겨졌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전쟁... 도대체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거지?”




작가의 말 :

12화에서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순간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불타버린 마을과 한 명의 아이를 통해, 

‘생존’이 가지는 무게와 병사들이 안고 가야 할 죄책감을 표현했습니다.

강민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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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20 0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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