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우리 뇌는 정말 신기한 기관이다. 어떤 하나의 기능을 특정 부분 한 곳만이 독점적으로 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여러 뇌 영역이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복잡한 기능을 해낸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시간'을 지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간을 시계로 잴 수 있지만, 뇌가 느끼는 시간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똑같은 1초도 어떤 상황에서는 짧게, 또 어떤 때는 길게 지각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최근 연구들은 뇌가 ‘시간’을 처리하는 방식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약 1초 부근을 경계로 달라지는 뇌의 시간 감각
시간 지각에 관한 뇌 연구(Murai & Yotsumoto, 2016)에 따르면, 우리 뇌는 짧은 시간과 긴 시간을 처리할 때 각각 다른 신경 회로를 사용한다.
약 1초보다 짧은 시간을 지각할 때는 주로 우리 몸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마치 운동선수가 찰나의 순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운동 피질이나 보조운동영역(SMA) 같은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약 1초보다 긴 시간을 지각할 때는 집중력이나 기억력에 관련된 뇌 영역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전두엽이나 두정엽, 청각 피질 같은 곳들이다.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시험공부를 할 때처럼,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가늠할 때 이런 부분들이 일한다.
그런데 딱 1초 전후의 애매한 시간, 즉 '페리-세컨드(peri-second)'라고 불리는 시간에는 이 두 시스템이 모두 동시에 활성화되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뇌는 바로 직전에 경험한 시간의 길이에 따라 어떤 시스템을 더 많이 사용할지 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짧은 시간을 경험한 뒤 1초를 가늠할 때는 '짧은 시간 시스템'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긴 시간을 경험한 뒤에는 '긴 시간 시스템'이 더 활성화되는 식이다. 이것은 우리 뇌가 '이전의 경험'이라는 맥락을 바탕으로 시간을 최적화해서 처리하려는 똑똑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초가 정말 시간의 경계일까?
이 연구는 1초 부근에서 두 시스템이 겹친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사실 이 경계가 '정확히 1초'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이 경계가 1.5초(1500ms) 근처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500ms(0.5초) 부근이라고 제안하는 연구도 있다. 또한, 과제의 종류나 자극의 특성(시각, 청각, 촉각 등)에 따라 두 시스템의 경계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시간 지각의 메커니즘은 매우 복잡하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흥미로운 주제이다.
감각이 시간을 착각하게 만든다고?
우리가 시간을 지각하는 방식은 뇌 회로뿐만 아니라, 눈, 귀, 피부 같은 감각 기관이 받는 자극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연구에서는 시각 자극이 빠르게 깜빡이면 시간이 실제보다 길게 느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Kanai et al., 2006). 반대로 청각 자극의 진동은 시간을 더 짧게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Li et al. 2023).
또 다른 연구(Takahashi et al., 2025)에서는 평소 잘 연구되지 않았던 '촉각' 자극이 시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다. 사람의 피부에 진동을 주면서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측정했더니, 시각 자극과 마찬가지로 진동이 강해질수록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뇌가 시간을 지각하는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1초 근처를 기준으로 서로 다른 뇌 회로가 작동하고, 심지어 이전의 경험이나 감각 자극의 종류에 따라서도 우리의 시간 감각이 미묘하게 변하는 것이다. 시간 지각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진행 중이며, 특히 시각과 촉각처럼 서로 다른 감각이 어떻게 함께 작용하여 우리의 시간 감각을 만들어내는 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ㅡ 참고 문헌 ㅡ
1) Rei Takahashi 외 2인, “Effect of Temporal Modulation of Tactile Stimulus on Time Perception”, Time&Time Perception, 2025
2) Yuki Murai 외 1인, “Context-Dependent Neural Modulations in the Perception of Duration”, Frontiers in Integrative Neuroscience”, 2016
3) 마르크 비트만, <시간 제어>, 도서출판 일므디, 2022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