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빈
[한국심리학신문=김수빈 ]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현대인들은 과중한 업무량으로 인해 끼니를 대충 해결할 때가 많다. 본업 외에도 부업 하는 사람까지 늘어나면서 일정에 쫓겨 가족이나 동료와 식사하지 않고 시간이 나는대로 식사하지 않고 혼밥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높아져 가는 외식 물가로 인해 끼니를 거르거나 간편 대용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각자 상황에 맞춰서 식사 시간을 단축하기도 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제대로 된 영양소를 챙기고 균형 잡힌 식사 시간을 갖는 것이 부담되곤 한다.
가족을 전통적으로 식구(食口)라고 표현한다. 일상생활을 친근하게 공유하고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각자의 일정으로 인해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요즘 현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1인 가구나 딩크족, 기러기 가족 등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게 변모되고 있다. 친밀감을 느끼는 타인과의 식사 자리를 갖는 것이 가족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나 자신부터 올바른 식습관을 만든다면 건강을 챙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장뇌축, 장과 뇌의 긴밀한 상호작용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한다. 어느 날은 얼큰한 국물에 볶음요리를 먹기도 하고 바삭한 튀김에 달콤한 소스를 찍어 먹기도 한다.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먹다 보면 요리에서 풍겨오는 향이나 맛을 느끼고 즉각적인 만족감을 얻는다. 현대인들은 기름진 음식이나 즉석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소화에 무리를 주는 음식물 섭취를 자주 하게 된다. 우리 몸의 즉각적인 보상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입맛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가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은 단순히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나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장뇌축이론으로도 설명되는데 장뇌축이론은 장과 뇌 사이의 상호작용을 뜻한다. 장 내에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면역 체계를 조절한다. 장 내 미생물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 분비에 관여한다. 특히,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도 불린다. 이 호르몬은 뇌가 아닌 약 95% 장에서 생성된다(에머런 메이어, 2025).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함이 커지고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계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장에 분포한 수많은 세포가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신호를 전달하면서 ‘장’이 단순히 소화기관의 역할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접근으로 확장된 관점을 시사한다. 장 건강이 소화뿐만 아니라 감정에도 이바지한다는 점이 장과 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감정과 생각들은 단순히 뇌에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 내 미생물과 장신경계, 뇌의 활발하고 섬세한 상호작용 덕분이었다. 지금도 우리 몸속에서 장과 뇌는 활발히 소통하며 제 기능을 다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거의 매일 가족과 식사”
하나금융연구소의 2024 대한민국 웰스리포트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한 횟수'를 조사해 보니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의 부자 10명 중의 7명은 주 3회 이상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고 했고 그 빈도가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이 41%였다. 일반 가구의 응답은 35.1% 수준으로 일반 가구와 비교했을 때 부자의 가구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하나금융연구소, 2024)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자여도 삶의 만족도가 사회적 지위나 경제활동이 삶의 가치에서 절대적이지 않고 가족관계가 삶의 주요 가치 요인에서 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생겨서'가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가족과 함께 식사한 아이들은 정신 건강이 개선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애정을 느끼고 꾸준한 관심을 받으며 가족 간의 유대감을 강화한다. 가족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타인과 교류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감에도 큰 도움을 준다. 부모는 아이의 작은 행동 변화나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영양을 섭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가족의 식사 자리는 삶의 영양분을 주고받는 과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국제환경공중보건학회지(2021)에 실린 스페인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식사를 자주 하는 아이들은 과식과 같은 섭식장애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적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육성연, 2023). 안정되고 일관된 양육 환경은 아이의 성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자원을 얻어 든든한 지지를 이해하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사소한 습관 같아도 세상을 배우는 소통의 창구가 되어준다.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는 의미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함께 모인 자리를 중심으로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행복을 강화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음식을 같이 먹고 만드는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알기도 하고 어른이 밥을 먼저 뜨면 그 이후에 밥을 먹고 차례를 지키는 등 식사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가졌던 시간은 사회적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배운 식사 예절은 회식이나 친구 등 다양한 사회적 자리에서 태도로 드러난다. 식사하는 행위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함께 하는 공동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대화 시에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가벼운 주제를 이야기하거나 상대방이 민감해할 만한 질문은 피해주고 식사 이후에도 자신의 식기를 정리하는 등 식사 예절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필자의 아버지는 3교대의 근무 형태에 꽤 오랜 시간 적응하려 애썼다. 피로감으로 녹초가 되어 집에 귀가하시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대충 살펴보고 몇 가지 되지 않은 반찬들로 끼니를 때우거나 그마저도 생략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버젓한 부엌 식탁을 놔두시고 접이식 간이 탁자에 홀로 앉아 반주하며 텔레비전만 멍하니 바라보신 날도 잦았다. 아주 어릴 적에 아버지의 직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을 마주하곤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먼지 묻은 작업복 차림에 김치와 밥이 전부인 조촐한 반찬들만 보여주시곤 쫓기듯 다시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셨다. 생존의 형태로 밥을 먹고 해결하는 데 급급했던 지난날들은 아버지의 켜켜이 쌓인 외로움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돌이켜보면 어른이 될 때까지 아버지께서 가장 많이 해주셨던 말은 "못난이, 밥은 먹고 다니냐?"였다. 자신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자식의 안부를 묻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아귀찜이나 꼬막무침과 같은 칼칼한 음식이나 뜨끈한 국물 요리를 참 좋아하신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돈을 모아 근사한 분위기의 비싼 양식 요리를 대접해 드려도 다 드시고 나서 국밥 같은 한식이 좋다며 느끼하다고만 하셨다. 아버지께서 식사한다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필자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반대로 양식을 좋아하신다. 고상한 분위기나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상차림과 재료에 신경을 쓰시는 편이다. 작은 텃밭에 가꾼 채소를 직접 키워서 먹거나 유기농 재료들을 활용해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음식을 곁들여 먹는 걸 즐기신다. 식사 후엔 후식까지 든든히 챙기신다. 어머니와의 식사 자리는 잔소리 폭탄이 기다린다. "치렁치렁 아휴 밥 먹을 땐 머리를 묶어야지",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물은 밥 다 먹고 마셔". 지나고 보니 식사 시간의 잔소리는 어머니의 응축된 사랑 표현과도 같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괜히 속상한 소리를 늘어뜨리며 잔소리를 맞받아치게 된다. 필자의 반려견인 (귀염)둥이는 사료를 알아서 조절하여 먹는다. 이름만큼이나 애교도 많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해맑게 방긋 자주 웃어준다. 앞발을 얹고 가만히 쳐다보면서 만져달라고 신호를 주기도 하고 필자가 잠자리에 들려고 하면 옆에 꼭 와서 비비적대며 같이 잠자리에 들곤 한다. 둥이는 실내외 배변을 전부 하고 화장실은 알아서 찾아내는 영리한 강아지이다. 둥이의 식후 배변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평소 즐기는 식사의 형태나 느낌을 떠올리면 부모님의 입맛과 닮아있다. 필자는 외식할 때면 어머니의 입맛을, 보통의 하루는 아버지의 입맛을 따라가는 것 같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세상과 유사하다. 따뜻하면서 평화로운 시간이 될 수 있고 또 어느 날은 치열하게 힘을 내기 위한 식사 시간이 될 수 있다. 어떠한 사정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쟁이 생기기거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수저를 먼저 내려놓을 수 있다. 사랑의 어떠한 형태든 개인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듯, 식사 자리의 대화는 사랑이 지닌 많은 의미를 내포한 자리이기도 하다.
모쪼록 가족의 식사 자리가 서로의 존재 의미를 상기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
*참고 문헌
1) 육성연. (2023, 1월 2일). 함께 먹어야 건강: 건강 식단의 비결 ‘가족식사’. 리얼푸드. https://www.realfoods.co.kr/article/3032549
2) 하나금융연구소. (2024). 2024 대한민국 웰스리포트. 하나금융연구소. http://www.hanaif.re.kr/boardDetail.do?hmpeSeqNo=36112
3) 에머런 메이어. (2025). 세컨드 브레인(우리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제2의 뇌, ‘장’). 레몬한스푼.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