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서
[한국심리학신문=이영서 ]

톡톡 튀는 초록빛 말차가 바닥에 쏟아진다. ‘아차!’ 실수로? 아니다. 일부러다.
어쩌면 심각해보이는 이 사진은 오히려 새로운 자극으로 온라인을 뒤흔들며 MZ세대를 매료시킨다. 대체 왜?
‘말차 쏟기 챌린지’의 뒤에는 그저 힙한 유행을 넘은, 흥미롭고도 복잡한 심리가 숨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 MZ세대의 자기수용과 진짜 나 표현
과거 SNS는 완벽한 ‘인생샷’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주었고, 실수는 숨겨야 할 결점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일부러 말차를 쏟고, 얼룩진 모습을 공개하는 의도적 ‘실수’가 등장하면서, 청년들은 완벽에서 벗어난 자유와 해방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즉, 말차 얼룩은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해도 괜찮다’는 선언이다. 실수와 결점까지도 자신을 이루는 일부로 당당히 인정하는, 새로운 자기표현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나 엉성한 모습, 거칠게 남은 흔적까지 ‘진짜 나’로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모습은 곧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심리적 근거는 바로 ‘자기수용(Self-acceptance)’ 개념에 있다. 자기수용은 내 부족함, 약점, 실패까지 숨기지 않고 존중하는 심리적 태도를 뜻한다. 완벽에서 벗어난 SNS 이미지, 말차가 쏟아진 옷자락처럼 ‘현실적 나’를 공개하는 행동은, 타인의 평가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려는 건강한 자기지향적 심리의 표출이다. 실제로 국내 심리학 연구는 자기수용이 높은 사람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더 쉽게 극복하고, 진정한 만족과 심리적 안정감을 누린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인생샷에 저항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독특한 자신을 표현하려 한다. 얼룩진 옷도, 일부러 엉망인 듯한 모습도 ‘개성’의 상징이 된 셈이다.
‘놓치면 안 돼!’ 불안한 열정, FOMO의 유혹
인스타그램 #matchaspill 해시태그 검색 화면 캡처(2025.08.22) SNS는 단순한 소통의 장을 넘어, 또래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경쟁하는 공간이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SNS는 자신을 표현하는 동시에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무대다. 이런 상황에서 ‘다들 다 했는데, 나만 안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매우 강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소외되거나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은 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심리 현상으로 설명된다. FOMO는 자신이 중요한 사회적 경험이나 트렌드를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감정으로, 이는 SNS상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말차를 일부러 쏟는 행동조차도 이러한 FOMO 심리와 사회적 소속감 강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챌린지 참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나 여기 있다’는 자기 존재를 알리는 외침이다. SNS의 ‘좋아요’와 댓글은 단순한 반응 이상의 의미를 갖고,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와 연결된다. 따라서 말차 쏟기 챌린지는 개인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확보하고, 인정과 소속감을 확인하려는 심리적 몸부림인 셈이다. 이것이 오늘날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웰니스와 패션이 뒤섞인 트렌드
핀터레스트 ‘matcha core outfit’, ‘matcha fashion’ 검색 결과 화면 캡처 (2025.08.22)
건강 음료 말차가 ‘옷 자랑’ 패션으로 변신하는 아이러니. 건강의 상징과 멋이 결합해 ‘웰니스 패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말차는 단순한 건강 음료를 넘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 세대는 말차가 지닌 웰니스 이미지에 매료되어 이를 일상 속 패션과 결합시키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일부러 말차를 쏟아 얼룩진 옷을 입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행동은 건강을 중시함과 동시에 개성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세대 특유의 자기표현 방식이다.
이 ‘엉망인 듯 완벽한’ 스타일은 겉보기에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사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미적 표현이다. 얼룩진 옷과 자연스러운 흩어짐 속에서도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부각시키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건강하게도, 개성 있게도’ 보이고 싶은 욕망이 결합해 탄생한 웰니스 패션은, 기존 패션과 웰니스 문화가 융합하는 새로운 소비문화의 상징이다. 이는 단순히 옷차림을 넘어서, 젊은 세대가 삶의 방식과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통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말차가 쏟아지고, 얼룩지고, SNS로 퍼져나가는 이 현상은 단순히 ‘재미난 유행’ 이상의 의미다. ‘나는 완전하지 않은 나’를 드러내고, ‘뒤처짐’ 두려움 속에서도 소속감을 찾으며, 충동과 자기표현 사이에서 길을 찾아가는 심리적 여정이다.
“오늘도 나는 말차를 쏟고야 말았다. 그래서 조금 더 나다워졌다.”
이 한마디가 지금 MZ세대 마음속 깊은 심리를 정확히 대변한다.
1.전은수, 2025, “나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수용의 심리학”
출처: https://soo9804.tistory.com/entry/나와-타인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는-힘-수용의-심리학
2.곽금주 교수 인터뷰, 2022, “‘포모 증후군’, MZ세대 불안 심리의 실체” (아시아경제)
출처: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82311210096412
3.조선일보 건강뉴스, 2025, “건강 효과 넘치는데… 말차 일부러 쏟고 ‘옷 자랑’ 유행, 왜 이런 현상이?”
출처: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5051602713
4.패션 전문 매거진 디토리안, 2025, “[트렌드]말차가 Z세대의 패션 코드가 된 이유”
출처: https://dito.fashion/Ditorian/?idx=167296531&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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