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예린
[한국심리학신문=채예린 ]

우리의 삶에 늘 자리하는 감정인 불안
시험을 칠 때 손이 축축하고 심장이 쿵쿵 뛴다. 과제를 분명 미리 했는데도 뭔가 빼먹은 것만 같고, 카톡 답장이 늦으면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별일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우리는 모두 불안을 느낀다. 그런데 불안을 느낄 때마다 사람들은 억누르거나 감추기도 하고 과도하게 계획하여 통제하려고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내가 이상한가?’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안은 우리가 반드시 통제하고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일까?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뇌의 시스템이다.
불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뇌의 생존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원시 시대에서 인간에게 그 어떠한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 즉, 생존이었다. 과거에 야생동물, 굶주림, 낯선 무리, 자연재해 등의 수많은 위협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준비한 사람이었다. 이때 작동한 것이 바로 불안이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 몸이 이에 반응하며 대비하도록 만드는 자동화된 시스템. 우리가 아는 ‘fight or flight’ 반응(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는)은 모두 이 불안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
현대인의 뇌는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2025년의 우리는 더 이상 사자를 만나지 않지만, 우리 뇌는 여전히 사자를 두려워한다. 이메일 답장이 늦어진 상사, 답이 없는 면접 통보, 친구의 무표정한 얼굴…
이런 사소한 사회적 자극조차 위협으로 오인되며 뇌 속의 편도체는 위험 신호를 울린다.
편도체는 불안을 담당하는 뇌 구조인데, 이 작은 구조는 위협 가능성이 있는 자극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자극이 실제 위협인지 여부는 나중의 인지 처리를 통해 조정된다. 위험 여부를 명확히 인식하기도 전에,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우리는 때때로 실제보다 과도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불안은 무조건 나쁜 걸까?
그렇다고 불안을 완전히 없애야 하는 것일까?
현대의 많은 심리학자들은 불안을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Bourne, 2015; Clark & Beck, 2010). 적당한 불안은 중요한 일에 집중할 힘을 주며, 중요한 일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게 만든다.
불안이 없었다면 시험공부도, 면접 준비도, 인간관계에서의 신중함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불안의 정도가 너무 클 때다.
불안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신체적인 긴장, 수면 장애, 회피 행동, 감정 기복 등이 나타난다.
이는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다. 특히 신경증이 높은 사람의 경우, 불안에 더 민감하며 일상생활과 전반적인 삶의 만족감에 영향을 받는다. 작은 변화에도 크게 반응하고, 타인의 감정에 예민해져 혼자 끙끙 앓기도 한다. 불안은 모두가 느끼며 우리에게 대비하도록 알려주는 경고음이지만 심해질 때는 우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브레이크가 된다.
불안은 조절할 수 있을까?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뇌에서 자동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기에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반응을 ‘다르게 해석’할 수는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지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라고 부른다.
인지 재평가란 무엇일까? 불안이라는 감정 반응은 편도체 등의 뇌의 하위 구조에서 자동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인간은 전전두엽과 같은 상위 인지 기능을 통해 그 반응을 다르게 해석하며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고 이를 인지 재평가라고 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너무 긴장되고 실수할까 봐 불안할 때, “실수하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하는 것이 아닌 “지금 내가 이렇게 긴장하는 건 그만큼 내가 이 면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야. 그러니 준비한 만큼 제대로 보여주고 가자.” 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또한 친구가 연락이 늦거나 표정이 무뚝뚝할 때, “친구가 나를 싫어하나?” 라고 지나치게 걱정하며 불안해하기보다는 “친구가 오늘 많이 피곤한다 보다. 혼자 멋대로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친구 만나서 얘기해 보자.” 라고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는 연습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불안이 나를 압도하지 못하게 도와주며 불안을 현명하게 이용하게 한다.
불안은 고장이 아니라 메시지다. 불안은 나의 결함도, 정신적 연약함도 아니다. 그러니 숨길 필요도, 억지로 없애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라는 뇌의 정교한 알람이다. 중요한 것은 불안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호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지금 나, 불안하구나. 이것은 내 뇌가 날 지키기 위한 방식이야. 그렇다면 내가 지금 대비하려는 건 무엇이며 지금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불안에 휩싸이는 대신 불안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듣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불안을 억지로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보자. 지금, 이 불안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불안에 휘둘리는 대신, 그것과 함께 생각하는 법을 배워가자.
<참고문헌>
1. Pessoa, L., & Adolphs, R. (2010). Emotion processing and the amygdala: From a ‘low road’ to ‘many roads’ of evaluating biological significance.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11), 773–783. https://doi.org/10.1038/nrn2920
2. Bourne, E. J. (2015). The anxiety and phobia workbook (6th ed.). New Harbinger Publications.
3. Clark, D. A., & Beck, A. T. (2010). Cognitive therapy of anxiety disorders: Science and practice. Guilford Press.
4. Gross, J. J. (1998). The emerging field of emotion regulation: An integrative review.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3), 271–299. https://doi.org/10.1037/1089-2680.2.3.271
이미지 출처: 약업신문(https://www.yakup.com), 「불안장애 진료환자 7년새 56%↑…20대 여성 증가세 뚜렷」,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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