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시대, 포기하면 정말 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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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전세희 ]


'N포 세대'


지금을 모두 'N포 세대'라고 한다. 정해지지 않은 수를 표시하는 수학 용어 'N'과 포기를 합성한 말이다.  말 그대로 포기할 것의 가짓 수가 N개에 달하는 청년층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 단어의 원조는 2011년 처음 등장했다. 맨 처음에는 '3포 세대'로 연애, 결혼, 출산 으로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세 가지를 포기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후 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가 다가왔다. 현실적으로 내집마련을 하기 힘들고 인간관계에 이리저리 치어 혼자를 고집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3포 세대와 5포 세대를 넘은 지금은 N포 세대이다. 인생에서 포기할 것들이 정해지지 않을 만큼  5개를 넘어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겠다는 의미이다. N포 세대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결혼과 출산일 것이다. 5포 세대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청년들은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하려면 관계를 맺고 이어가야 하는데 심리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둘 보다는 하나가 더 편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에는 많던 회식자리와 잦은 만남이 사라지고 혼밥과 혼영, 혼술 등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같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 보다 혼자하면 더 편하고 자유롭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많은 미디어에서도 결혼 후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추며 누군가와 평생의 약속을 맺는 결혼이 부정적으로 생각되면 '저럴바엔 혼자 살지...'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혼자가 더 행복할까? 평생 누군가와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기혼자들은 미혼자보다 덜 행복할까? 



인구통계학적으로 본 결혼과 행복



미국 여론조사 기관 GALLUP의 통계 자료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GALLUP)이 최근 15년간 결혼에 대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지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미혼이 기혼보다 더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비단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 중이라면 미혼자보다 웰빙의 수준을 더 높게 기록했다. 이는 결국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웰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웰빙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까.



자기결정이론과 결혼


심리학은 인생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욕구 세 가지를 제시한다. 바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인을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필요하며 문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갖고자 하는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로 본다. 이를 자기결정이론이라고 한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충족되어야 스스로 동기를 유지하고 행복할 수 있다.


1) 자율성(Autonomy): 내가 나의 행동과 선택의 주체라는 감각. 외부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가 원해서 선택하여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의미함.

2) 유능감(Competence): 내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감각.

3) 관계성(Relatedness):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존중받으며 의미 있는 관계에 속해 있다는 감각. 


결혼은 이 중 관계성을 충족시킨다. 미혼보다 동거의 웰빙 수준이 높은 것 또한 관계성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안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이를 통해 소속감의 욕구 또한 충족될 수 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 꾸준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서적인 건강을 비롯해 신체적인 건강 수준 또한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건강과 결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기혼자는 심혈관 질환 및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관련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절반 정도 낮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성별 차이가 존재하는데 주로 남성에게서 여성보다 더 큰 건강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결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 큰 결정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면 오히려 미혼한 사람보다 덜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인들이 결혼한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관심의 표현과 긍정적인 상호작용 방식이 부부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에 가장 중요하다. 좋은 부부관계는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닌, 갈등이 있더라도 그 후에 갈등의 해결 방식이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작용은 적극적이면서 건설적인 것이 좋다. 배우자에게 어떤 일이 생겼거나 대화할 때, 혹은 갈등이 있을 때 대화를 회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관심과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비난이나 방어 대신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며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공격적인 언어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대처하며 제안을 제시하며 다가가는 것이 건설적인 상호작용 방식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오늘 회사에서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면 "와 발표 잘 했어? 어떤 부분이 제일 잘 됐다고 느꼈어? 수고했어!"와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가지의 상호작용 방식을 적절히 사용하면 갈등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부정적인 상호작용보다 최소 5배 많아야 결혼이 안정적이고 만족도가 높다고 Gottman과 Levenson 의 연구에서 밝혀진 적 있다. 


인생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이른바 ‘N포 시대’에 우리는 때로 관계의 소중함마저 간과하기 쉽다. 학업, 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인간관계를 축소하고 결혼까지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 삶의 질과 행복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축은 여전히 관계다. 특히 부부관계는 단순히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고 성장시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좋은 관계는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일어나더라도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배우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표현하고, 문제 상황에서도 협력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작은 습관들이 결국은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관심과 긍정적 상호작용이 부정적인 상호작용보다 훨씬 더 많이 쌓일 때, 결혼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오늘날 결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혼 그 자체’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결혼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가꿔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작은 관심과 긍정의 대화, 갈등 이후의 건설적인 해결 과정이 쌓일 때, 부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 포기의 시대를 살아가더라도, 최소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지탱하는 관계만큼은 놓치지 않고 지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2023, February 23). Lifelong bachelors face poorest prognosis with heart failure

2)Deci, E. L., & Ryan, R. M.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55(1), 6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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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10 08: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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