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새벽녘, 하늘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밤새 이어진 포성은 멎었지만,
그 고요는 평화가 아니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혁은 마을을 둘러보며 숨을 고르다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그림자를 발견했다.
군복 차림의 병사 몇 명이 무기를 든 채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다.
민수가 이를 악물며 속삭였다.
“또 놈들이야…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마을 사람들은 숨을 곳을 찾아 흩어졌다.
불빛조차 지켜내기 힘든 현실에서,
적의 그림자는 곧 죽음의 전조였다.
혁은 이대로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눈앞에 낯선 소년이 나타났다.
열다섯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옷은 너덜너덜했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웠다.
그는 손에 작은 수류탄 하나를 꼭 쥐고 있었다.
“저놈들… 내가 막을게.”
소년의 목소리는 두려움보다 결의로 떨렸다.
민수가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안 돼! 네가 죽으면 아무 의미 없어!”
하지만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내 이름도, 내 집도 전쟁이 다 빼앗아 갔어.
하지만 이 손에 남은 게 아직 하나 있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일.”
순간, 혁의 가슴이 저며왔다.
전쟁은 사람을 빼앗고, 웃음을 빼앗고, 심지어 이름조차 지워버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아이조차 선택을 하고 있었다.
“너의 내일은 네가 살아서 만들어야 해.”
혁은 손을 뻗어 소년의 손에서 수류탄을 천천히 거두어냈다.
적군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민수는 작은 돌멩이를 쥐어 던졌다.
돌은 철모에 맞아 딱 소리를 냈고,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혁과 소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 틈을 타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동안,
혁의 마음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우린 아직 이름 없는 존재일지 몰라도… 우리의 내일만큼은 이름을 붙여야 한다.”
숲 너머, 희미한 새벽 햇살이 비쳤다.
그 빛은 너무나 약했지만,
분명히 ‘희망’이라는 이름을 품고 있었다.
작가의 말 :
제13화 희망을 품은 소년에서는 전쟁 속에서 한 아이가 보여준 결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이름도, 집도 빼앗긴 소년이 “내일을 선택하겠다”는 결연한 태도로 등장하는 장면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장혁이 소년의 손에서 수류탄을 거두어내는 장면은 단순히 한 생명을 살린 선택이 아니라,
전쟁이 인간성마저 앗아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숲 속으로 숨어든 장혁과 민수가 새로운 집단을 만나며,
또 다른 선택과 시험 앞에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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