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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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멎은 뒤, 들판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는 결코 평화가 아니었다.

땅 위에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올랐고, 

여기저기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진흙 위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민호는 진흙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귀는 아직도 멍해 총성의 메아리를 품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자, 피비린내가 폐 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의 곁에는 종철이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그는 살아 있었지만, 

팔에 깊은 상처를 입어 피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민호는 떨리는 손으로 붕대를 감았다.


“버텨… 종철아, 버텨야 해.”


종철은 억지로 눈을 뜨며 낮게 중얼거렸다.


“살아… 남았네… 하지만… 뭘 위해서지?”


그 말에 민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함께 싸우던 동료 절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하늘을 향해 멈춘 채 열려 있었고, 

입술은 마지막 외침을 삼킨 듯 벌어진 채였다.

살아남은 자는 소수였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울렸다.


“전열을 정비하라!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외침은 병사들의 가슴에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었다.

민호는 피 묻은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분명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지만, 

동시에 지켜내지 못한 이름들을 붙잡고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동료를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타던 새벽빛은 이제 사라지고, 흐린 회색 구름만이 전장을 덮고 있었다.

민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린 싸우고 있지만, 결국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작가의 말 :

16화에서는 전투 이후의 잔혹한 잔상을 다뤘습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곧 기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 가슴을 누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회차에서는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와 종철, 그리고 남은 병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쟁의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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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1 09: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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