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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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들판에는 아직도 죽은 자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민호와 종철은 그 속에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군화는 진흙과 피로 무겁게 젖어 있었고, 

눈빛은 깊은 피로와 공허로 가득 차 있었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우린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즉시 이동한다. 북쪽 능선으로!”


그 말에 병사들이 웅성거렸다.

누구도 쉬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살아남은 자는 더 이상 전투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은 그들을 계속 앞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민호는 종철을 부축해 일으켰다.


“괜찮아? 걸을 수 있겠어?”


종철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힘을 다해 걷는 거지… 아직 죽진 않았으니까.”


그들의 앞에는 끝없이 이어진 산길이 있었다.

길가에는 불탄 수레와 버려진 군복, 

그리고 주인을 잃은 총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이름 없는 전쟁’의 흔적이었다.

행군이 시작되자, 병사들의 발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치 그 소리는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동시에 죽음으로 향하는 북소리 같았다.

민호는 행군 도중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사이로 희미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은 약했고, 전쟁을 끝낼 수 없었지만, 

여전히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 순간 민호는 깨달았다.


“우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는 한,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행군은 계속되었다.

죽음과 두려움 사이를 뚫고, 다시 내일로.




작가의 말 :

17화에서는 전투 후의 행군을 통해 병사들의 심리와 현실을 그려냈습니다.

살아남은 자는 쉬고 싶지만, 전쟁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결국 그들을 끊임없이 앞으로 몰아세웁니다.

이번 화의 핵심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싸움’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북쪽 능선에서 새로운 전투와, 

민호와 종철이 마주하게 될 또 다른 갈림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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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2 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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