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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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며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민호와 종철은 북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묵묵히 걸었다.

군화는 진흙에 파묻혀 무겁게 끌렸고, 

피로에 찌든 숨소리가 대열을 따라 메아리쳤다.

능선에 다다르자, 고요가 병사들을 맞이했다.

총성도, 폭발음도 없는 정적.

그러나 그 고요는 마치 거대한 함정 같았다.

지휘관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대기.”


병사들은 바위와 풀숲 뒤에 몸을 숨겼다.

민호는 땀에 젖은 손으로 소총을 고쳐 쥐며 주변을 살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의 심장은 이미 방아쇠보다 빨리 뛰고 있었다.

종철이 낮게 속삭였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민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불안은 이유가 없어도 존재하는 법이었다.

멀리 능선 아래쪽에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누군가의 횃불일까, 혹은 신호일까.

병사들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탄환은 능선 바위를 스치며 불꽃을 튀겼다.

정적은 깨졌고, 긴장은 현실이 되었다.


“엄폐! 사격 준비!”


지휘관의 외침이 터졌다.

민호는 재빨리 몸을 낮추며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눈앞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고, 

그 속에서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다시 시작이군… 이 침묵은 전투의 전주곡이었어.”


능선 위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곧 폭풍 같은 전투가 몰아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작가의 말 :

18화에서는 북쪽 능선에서 마주한 불안한 정적과, 

전투의 서막을 그렸습니다.

병사들의 심리적 긴장은 ‘보이지 않는 적’ 앞에서 극대화되고, 

작은 신호 하나가 곧 전장의 폭발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에서는 본격적인 능선 전투와, 

그 속에서 민호와 종철이 직면하는 극적인 상황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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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03 1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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