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욱
[한국심리학신문=신용욱 ]
10대, 20대가 연루된 ‘오디’ 환각 파티 현장. 빨간색 동그라미 속 약품이 환각에 사용된 마약성 의약품이다. 부산본부세관 제공
최근 부산본부세관이 10대와 20대 3명이 해외에서 마약성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반복적으로 들여와 과다 복용한 사건을 적발했다. 이들은 비공개 SNS 단체방(일명 ‘오디방’)에서 복용법과 밀반입 수법을 공유했고, 정상 용량의 수십~수백 배에 해당하는 과다 복용까지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오디’는 과일 ‘오디(桑椹)’가 아니라OD(OverDose, 과다복용)의 한글 표기에서 나온 은어다.
무엇이 ‘오디’인가
보도에 따르면 해당 청소년·청년들은 코데인(codeine) 또는 덱스트로메토르판(DXM) 성분이 들어간 감기약을 해외직구·국제우편으로 분할 반입해, 환각·해리감 등을 노리고 과다 복용했다. 일부는 오프라인에 모여 술과 함께 복용하는 ‘환각 파티’를 벌였고, ‘오디 중독 체크리스트’로 구성원을 관리하기도 했다. 세관은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어떻게 확산되나: ‘비공개성·익명성’이 키운 집단 놀이
확산의 경로는 비공개 오픈채팅·단체방이었다. 이 방들에서는 밀반입·복용법 정보가 유통되고, 사용 후 남은 의약품의 거래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방은 인원을 제한하고 ‘체크리스트’로 참가자를 선별·관리했다. 이러한 폐쇄적·익명적 소통 구조는 온라인에서 억제가 약화되는 ‘온라인 탈억제 효과’를 통해 위험행동의 규범화(normalization)와 모방 확산(contagion)을 촉진한다.
왜 위험한가: 의학적·법적 위험
1. 의학적 위험
1) 코데인: 오피오이드 진해제로, 과다 복용 시 호흡중추 억제, 의식 저하, 사망 위험이 있다. 방송 인터뷰에서도 의료진은 호흡마비 등 치명적 위험을 경고했다.
2) 덱스트로메토르판(DXM): 국내에선 복합제 형태로 유통되며, 과량 복용 시 환각·혼동·발작·호흡억제 등이 보고돼 남용 사례가 증가했다. 일정 용량 이상 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관리된다.
2. 법적 위험
덱스트로메토르판은 2003년 일부 제형·용량이 향정으로 지정됐다. OD 목적으로 해외직구·밀반입·판매·공유를 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세관은 10·20대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심리학적 분석: 왜 10·20대가 취약한가
1. 보상 민감성과 감각추구 성향의 정점
청소년·청년기는 도파민계 보상 민감성이 높고, 전전두엽(억제·계획) 성숙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즉시 보상에 편향된 선택을 하기 쉽다. 그 결과, 새로움·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위험 인지보다 보상 기대가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2. 또래 맥락의 증폭 효과
동년배와 함께 있을 때 위험 선택이 증가하는 경향이 다수 연구에서 확인된다. 비공개 채팅방은 사실상 ‘가상 또래 집단’으로 기능하며, ‘체크리스트’ 같은 게임화된 절차가 규칙과 소속감을 만들어 위험행동을 놀이화한다.
3. 온라인 탈억제 효과
익명성·비가시성·비동시성 등 온라인 환경의 특성이 행동 억제 장치를 약화시켜, 오프라인이라면 하지 않을 과도한 자기노출·위험행동을 유발한다. OD 정보의 공유·과시·모방을 가속하는 심리적 토대다.
정책·현장 제언: 학교·가정·플랫폼·보건의 연동 대응
1. 학교·대학
1)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기숙사 교육에 ‘의약품 남용’ 모듈을 필수화: 코데인/DXM의 합법적 맥락 vs. 남용 리스크를 구분해 가르치고, 해외직구·대리구매의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안내.
2) 사례 기반 시나리오 교육: 비공개 방 초대·체크리스트 제시·‘함께 먹자’ 제안 등 실제 접점 상황에서의 거절 스크립트 훈련.
2. 가정·지역사회
보호자는 감기약·기침약의 성분표 확인 습관을 자녀와 함께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직구 의약품’에 대한 집안 규칙 설정, 택배·국제우편 모니터링의 윤리적·협의된 합의 마련.
위험 신호(수면·식욕 변화, 비밀스러운 모임, 약 포장·분말 흔적 등)를 비난보다 ‘개입-연결’ 프레임으로 다룰 것.
3. 플랫폼·커뮤니티
비공개방에서의 OD 키워드·거래 은어 탐지, 반복 업로더 신고·차단 협력 채널 강화. 신고자 보호를 위한 익명 제보 라인 고도화.
4. 보건·상담·사법 연계
24시간 마약류 상담센터(1899-0893) 및 중독재활센터로의 조기 연결을 홍보·상시화. 초기 개입은 재발 예방에서 결정적이다.
마무리: ‘놀이’가 아닌 ‘중독·범죄’의 입구
‘재미’와 ‘도전’의 언어로 포장된 오디 환각 놀이는, 청소년·청년기의 보상 민감성과 또래 규범, 온라인 탈억제가 겹치며 빠른 전염력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곧 중독의 관문이자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범죄의 입구다. 학교·가정·플랫폼·상담·사법이 하나의 회로로 작동할 때만, ‘놀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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