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능선 위 공기는 바람조차 멈춘 듯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포탄이 터졌다.
산허리는 흔들렸고,
땅은 진동하며 병사들의 몸을 덮쳤다.
민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췄다.
귀가 찢어질 듯 울렸고,
흙과 파편이 얼굴을 덮쳤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두 번째 폭발이 이어졌다.
“엄폐! 반격하라!”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포성 속에서 금세 삼켜졌다.
병사들은 바위 뒤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적의 병사들이 능선 아래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횃불이 어둠을 찢으며 흔들렸고,
그 뒤로 검은 그림자들이 끊임없이 솟구쳤다.
민호는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서 튀어나온 불빛이 순간 그의 얼굴을 비췄다.
손은 떨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이 그의 몸을 움직였다.
종철도 옆에서 총을 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상처는 이미 깊어져 있었고,
총을 쥔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민호야… 우리가 물러서면 다 끝장이야!”
탄환이 빗발쳤고,
능선 위 풀과 흙은 산산이 흩어졌다.
병사들의 비명, 고함,
그리고 포연이 뒤엉켜 전장을 집어삼켰다.
민호는 눈앞이 붉게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불길이 능선을 타고 번져가며,
어둠을 뒤덮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능선은… 오늘 밤 피와 불로 기억될 것이다.”
작가의 말 :
19화에서는 드디어 능선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을 다뤘습니다.
정적에서 시작된 섬광과 포성,
그리고 적의 돌격은 병사들의 두려움과 본능을 동시에 끌어냈습니다.
민호와 종철은 부상과 피로에도 불구하고 능선을 지키려 하지만,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격렬한 전투 속에서 민호가 직면하게 되는 생사의 갈림길과,
종철의 운명이 드러나게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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