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의 일상생활 장악, 당신의 휴식시간은 안녕한가요?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박재용 ]


"...chill하잖아?"


이미지 출처: SoundCloud


칠 가이(Chill Guy). 2023년 해외의 한 트위터에서 시작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스꽝스럽게 여유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몇 초만에 감상하고 넘길 수 있는 콘텐츠인 숏폼(short-form)을 통해 널리 퍼졌다.




유행 그 이상, 숏폼




이러한 숏폼은 최근 몇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0대~70대까지의 국민 10명 중 7명이 숏폼을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간편하고 손쉽게 짧은 영상 수십 개를 순식간에 시청하고 넘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슬릭백 챌린지,' '예능 짤' 등 숏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기도 하고, 성인들은 '1분 순삭 먹방,' '몰카 상황극' 등 자극적인 숏폼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잠깐씩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편리한 숏폼은 이제 우리의 필수 여가생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 많이 들어와버린 숏폼, 우리는 마치 숏폼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할 것만 같다.




숏폼, 일상의 균열?



그런데 혹시 숏폼을 보면서 쉬다가 우리의 일상으로 복귀했을 때, 왠지 이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거나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가? 분명 숏폼을 보면서 스트레스는 풀렸을 텐데 말이다.


또, 공부를 하다가 잠깐 쉬기로 결심하고 릴스나 쇼츠를 보면서 놀다가, 스스로와의 약속을 훌쩍 넘겨버린 적이 있지 않은가?


과연 숏폼을 자꾸 보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일까?


이런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도파민을 갈망하는 '즉각 보상 루프'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게 대체 뭐길래 자꾸만 우리가 정한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걸까?




쾌락 직행열차, 숏폼 




'즉각 보상 루프'를 알기 위해서는 숏폼과 예전의 휴식 방법에 대한 비교가 필요하다.


숏폼 이전의 우리의 여가생활은 어땠었을까? 만화책을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지루한 도입부를 견뎠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하고 싶은 말만 하지 않고, ‘요즘 어떻게 지내?’ 같은 형식적인 이야기나 안부도 주고받았다.


하지만 숏폼은 조금이라도 지루하거나 형식적인 요소를 모두 없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모든 '순간'들만 쏙 빼서, 자극적이고 만족스러운 장면만을 반복, 또 반복한다. 또, 중독적인 배경음악을 사용하여, 우리가 짧은 시간 안에 감각적으로 빠르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결국 우리는 복잡한 판단 없이, 수동적으로 영상에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우리는 지루한 걸 견디고, 인내할 수 있는 참을성이 점차 사라진다. 그리고 당장 만족할 만한 자극만을 원하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즉각 보상 루프에 빠졌다'고 한다.




무너지는 끈기, 사라지는 집중력



우리의 집중력엔 과연 영향이 없을까?


심리학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sychology에 게재된 중국 연구진(2023)의 논문에 따르면, 스마트폰 숏폼을 더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집행 기능 능력(executive function)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집행 기능이란, 우리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 때 이를 해결하거나, 방학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 무엇을 하고 놀지 계획을 세우는 등 우리가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 또한, 우리가 '아, 오늘은 쇼츠 여기까지만 보고 꺼야지.'와 같이 스스로를 통제하도록 도와주는 능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쇼츠를 계속 보고, 인스타 릴스를 계속해서 넘기는 동안 우리 뇌는 스스로를 멈춰세우는 '브레이크' 능력을 점차 상실하게 된다. 30분만 쉬자고 결심한 것이 1시간이 되거나, '이왕 놀기 시작한 것, 오늘 하루는 쉬자!' 라고 생각했던 경험, 한번쯤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오늘도 바뀌지 못했던 이유




자, 어제까지 매일 쇼츠를 보면서 휴식하다가 당장 내일부터 매일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무작정 책을 읽거나 명상을 시작하는 것은 그저 며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보통 이렇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면,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은 "책을 읽어라." "명상을 하거나,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해라." 와 같이 두루뭉실하다. 대부분의 조언들은 우리가 한 번 시작하면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전혀 만들어주지 않는다.


조직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Locke와 Latham(2002)은 '막연한 목표'보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더 큰 성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쇼츠를 보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던 것은 과연 우리 의지가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다. 우리에겐 쇼츠를 점차 줄여나가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우선, 짧은 길이의 영상이나 좋아하는 웹툰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단, 스토리가 있거나, 분명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좀 더 긴 길이의 다큐멘터리나 칼럼을 보는 비율을 점차 늘려보자. 지금 읽고 있는 이런 글과 같은 칼럼도 괜찮고, 우주에 관해 통찰하는 여러 부작의 시리즈물도 괜찮다. 혹은, 이야기를 재미있고 길게 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봐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주제의 책을 찾아서 읽어보자.


이렇게 단계적으로 목표에 다가가는 방식을 심리학에서는 스캐폴딩(scaffolding)이라고 한다. 쇼츠-긴 영상-신문-독서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뇌가 점점 즉각적인 자극에서 벗어나도록 해보자.


어느 날, 쇼츠를 볼 때처럼 진득하게 책에 몰두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숏폼, 그리고 우리




사실 아무리 숏폼이 단점이 많다 하더라도 이미 쇼츠, 릴스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자리잡았다. 숏폼을 아예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당연히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숏폼이 이로운 점 이상으로 얼마나 우리의 인생을 바꿔놓고 있는지, 스스로를 한 번 쯤 뒤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어쩌면 즐거워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숏폼을 켜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숏폼을 볼 때 진심으로 행복을 느끼는가?


17세기 영국의 문학계를 주도했던 존 드라이든(John Dryden) 의 격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First we make our habits, then our habits make us(처음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결국 그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참고문헌

1)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2024).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Survey on online video service usage behavior 2024].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https://www.kocca.kr/trendott/vol01/data_3.html

2) Locke, E. A., & Latham, G. P. (2002).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motivation: A 35-year odyssey. American Psychologist, 57(9), 705–717. https://doi.org/10.1037/0003-066X.57.9.705

3) Zheng, X., Chen, H., Zhang, W., & Luo, Y. (2023). Adolescents’ short-form video addiction and academic procrastination: The chain mediating role of executive function and self-control. Frontiers in Psychology, 14, 1298361. https://doi.org/10.3389/fpsyg.2023.1298361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101
  • 기사등록 2025-09-15 08:30:2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