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 사진 출처: 픽사베이
어릴 적부터 유독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꼈던 분야가 있는가? 필자의 경우는 ‘노래 부르기’가 그랬다.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던 가창 수행평가에서 음정만 문제라면 B를 받아야 했는데, C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자 “너는 음정이 너무 아니어서 C를 줬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도, 친구로부터 “너는 삑사리가 나는 게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음정을 다르게 부른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노래 부르는 것을 피하는 일이 잦아졌고, 자연스럽게 ‘나는 노래에 재능이 전혀 없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노력을 통해 자신 없던 것을 극복한 경험을 한 이후에, 자신의 노래 실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과연 자신은 정말로 구제 불능의 음치인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하던 어느 날, 학습심리학을 공부하다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조금 해보다가 '나는 재능이 없구나'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유한 재능이 개화되기까지 필요한 충분한 훈련을 하지 않는다. 초보자들은 처음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미숙하지만, 충분한 훈련을 통해 실력이 향상될수록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미네소타대학교 연구원들은 쌍둥이들에게 회전 추적 과제를 수행하도록 훈련시켰다. 이 과제는 회전하는 원판의 표적 위에 뾰족한 막대기 끝을 계속 올려두어야 하는 것으로, 정교한 손과 눈의 협응력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 훈련이 진행될수록 일란성 쌍둥이가 표적 위에 막대기를 유지하는 능력은 서로 더욱 비슷해졌고, 이란성 쌍둥이는 그들의 수행 능력이 좀 더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더 연습할수록, 유전적 차이로 인한 사람 간의 수행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결과는 언뜻 재능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더 중요한 발견은 다른 지점에 있다. 초보자 수준은 물론, 상당한 훈련에 이르기까지는 개인의 고유한 특성(재능)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재능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당신 역시 미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재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관련 기술을 단 한 번도 훈련하지 않았거나 재능이 꽃피울 만큼의 연습량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연구에 따르면, 합리적으로 가르치고 동기 부여가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 중 상당수가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세기의 천재처럼 비범해질 수는 없겠지만, 훈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처럼 꾸준한 연습은 단순한 반복을 넘어, 우리 몸과 뇌에 기술을 자동화하는 '운동 프로그램'을 새겨 넣는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의식하며 해야 했던 동작들이, 충분한 훈련을 거치면 마치 반사처럼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는 균형을 잡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지만, 숙련되면 균형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이처럼 의식적인 노력이 거의 필요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 바로 학습이 우리를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필자는 이 사실에 영감을 받아 ‘못 하던 걸 극복해 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현재 보컬을 배우고 있다. 발성 훈련을 통해 ‘소리를 내는 법’을 체득하고 나서부터는 노래에 대한 자신감도 늘었고, 예전보다 훨씬 나은 소리를 낼 수 있음을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다.
아직 엉망진창인 것 같다고 쉽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유전자에 있는 '재능'이란 것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양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설령 나에게 ‘재능’이 없어도 훈련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
*참고 문헌
1) Mark A. Gluck 외 2인(2019), 학습과 기억(제 3판) 뇌에서 행동까지, 시그마프레스
2) 하워드 가드너, 하워드 가드너 심리학 총서 3 재능 편 창조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주)사회평론, 2019
3) 이연경 (2024), 서강대학교 학습심리학 강의 내용, 개인 수강 기록에 근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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