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영
[한국심리학신문=송주영 ]
출처: 무한도전 238회 (2011.02.26) [오호츠크 해 특집 Part 2]
유명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출연진이었던 노홍철 씨는 과거 한 회차에서 “웃어라,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는 말을 남기며 ‘긍정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채, 촬영 중 힘든 상황을 농담처럼 비틀어 던진 이 말은 가볍고 재밌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 한 번쯤 이 문장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외부 사건에 의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부의 힘을 통해 직접 의도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일까?
정서와 관련된 심리학 이론: 정서의 2요인 이론
정서와 관련된 심리학 연구는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 과거의 많은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 짓는 요소인 ‘이성’을 주목하였기 때문에 ‘정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말에 이르러, 사고 과정이나 문제해결을 다루는 인지 능력 못지않게 정서 능력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다양한 정서 이론이 등장하면서 정서의 발생 과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중에서도 “정서의 2요인 이론(Two-Factor Theory of Emotion)”은 우리가 특정 정서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시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정서 경험은 두 가지 요소, 즉 생리적 각성과 인지적 과정에 의해 발생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신체 반응이 일어나고, 그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매우 다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Dutton & Aron (1974)의 연구는 이에 대한 경험적인 증거 보여준다.
이들은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경치가 창조적 표현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한다며 참여를 부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참여자들의 정서에 대해 연구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해당 실험은 먼저 강 위 3미터 높이의 튼튼한 다리와 계곡 위 70미터 높이의 좁고 흔들리는 다리의 두 조건으로 상황을 나누고, 피험자들에게 다리를 건너도록 한다. 다리를 반쯤 건넜을 때, 여성 실험 협조자가 등장해 경치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한 후 남성 피험자들에게 전화번호를 건넨다.
연구자들이 실제로 연구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남성 피험자들이 무서운 흔들 다리에서 신체적 각성을 여성 협조자로 인한 마음 떨림이라고 해석할지 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튼튼한 다리 조건의 남성은 오직 9%만이 전화를 건 것에 반해, 흔들 다리 조건의 남성은 39%나 전화를 걸었음이 나타났다. 즉, 흔들 다리 조건의 남성들은 자신의 신체적 각성(높은 심장 박동 등)을 다리의 무서움이 아니라 여성 협조자의 매력 때문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즉, 우리의 정서를 결정하는 것은 ‘신체 반응’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냐는 우리의 인지 과정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면 피드백 가설: 표정으로 감정을 통제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특정 정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안면 피드백 가설(Facial Feedback Hypothesis)”은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이 가설은 얼굴의 움직임에서 발생한 감각 정보가 뇌로 전달되어 주관적인 정서 경험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얼굴에는 수십 개의 근육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거나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지은 표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실험이 Strack, Martin, & Stepper(1988)에 의해 수행된 연구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A 그룹에는 펜을 어금니로 물게 하고, B 그룹에는 입술 사이에 물게 한 후 만화를 읽게 했다. 이때 어금니로 펜을 물면 웃음을 억제하는 표정이, 입술로 물면 웃음을 유발하는 표정이 된다. 이후 만화의 재미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 웃는 표정을 유도한 B 그룹이 만화를 더 재밌다고 평가했다. 이는 실제로 웃지 않고 웃는 표정을 유도하는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가설이 항상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학자들은 안면 피드백이 정서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일 뿐, 정서 자체를 발생 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감정을 직접 유발한다는 것보다, 감정을 경험할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태도나 해석이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분노하고, 슬퍼하며, 웃는다. 외부 사건이 의도치 않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건 피할 수 없지만 이런 연구들은 우리에게 감정이라는 파도 속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돛을 제공한다. 원하는 대학, 직장, 시험에 떨어지는 특정 날씨는 바꿀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와 해석은 선택할 수 있다. 때때로 “웃어서 행복해지자”는 단순한 말이 우리의 방향키가 되어줄 수 있다. 오늘 하루는 그런 긍정의 돛을 조심스레 펼쳐보는 건 어떨까?
참고문헌
1) Schachter, S., & Singer, J. (1963). "Cognitive, social, and physiological determinants of emotional state": Erratum. Psychological Review, 70(1), 121–122.
2) Dutton, D. G., & Aron, A. P. (1974). Some evidence for heightened sexual attraction under conditions of high anxie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30(4), 510–517.
3) Strack, F., Martin, L. L., & Stepper, S. (1988). Inhibiting and facilitating conditions of the human smile: a nonobtrusive test of the facial feedback hypothesi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4(5), 76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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