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면 이기적으로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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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면 이기적으로 되는 이유 - 경쟁과 자기 증명의 도시, 서울 공화국에서 살아남기
  • 기사등록 2025-09-16 08: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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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제희 ]


이동진 평론가는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쁘다는 것은 악에 가까운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은 시간적 여유가 없고 압박을 받을 때 강퍅하고 얄팍해진다. 1973년 심리학 <선한 사마리아인의 실험>에 따르면, 시간 압박 수준을 달리한 신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이는 태도가 달랐다. 시간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타인을 돕는 행동이 적었다. 동료와 끝없는 경쟁을 벌이고 지하철이 지옥철이 되는 서울 역시, 옆을 돌아보며 돕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걷기 바쁘다.

 

서울 초등학생이 그린 한반도 지도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에서 살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서울에서 살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에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쪽은 기회로 가득한 도시라 보고, 다른 쪽은 너무 많은 사람과 건물에 어지럽다고 느낀다. 두 시각 모두 일리 있다. 실제로 서울은 공공기관의 84.8%, 20대 주요 명문대학의 65%, 벤처기업의 71.9%가 집중되어 있다. 토지는 전국의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7%가 몰려 있다. 이는 영국 런던(12%), 프랑스 파리(19%), 일본 도쿄(32%)와 비교해도 유례없는 과밀화다. 과밀화된 서울은 곧 국가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지며, 그래서 ‘서울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의 축소판, 서울 공화국이 만들어지기까지


서울의 대규모 인구 유입은 한국 전쟁 이후부터, 인구의 뒤섞임 현상이 함께 일어났다. ‘해방촌’이 폭발적인 인구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전후 복구과정의 제반 특혜를 거쳐, 본격적으로 5.16 군사정변 이후 대대적인 경제개발이 추진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었고, 3저 호황을 지나 88 올림픽 개최로 서울은 강북의 단핵도시에서 주변 여러 신도시를 거느린 강남북에 걸친 국제적 규모의 거대 도시로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거대 도시 서울의 문제는 규모 그 자체보다도 모든 것을 독식하고 획일적 기준 아래 수직적으로 줄 세우기를 시킨 문화에 있다. 오늘날 서울은 종로 북촌으로 대표되는 전통 문화권, 해방촌-판자촌-달동네로 이어지는 서민문화권, 구로-금천의 공단 노동자 주거지역의 벌집처럼 빽빽하게 늘여진 공단 문화권, 강남의 아파트와 초고층 빌딩으로 대표되는 중산층 문화권 등 서로 다른 문화의 층위가 형성되어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도 그 층위가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지금으로 보면 상경이지만) 유학 간 금명이는 남자 친구 영범에게 자기가 사는 하숙집을 소개하기 위해 달동네로 향한다. 강남에서만 살았던 중산층 영범은 “너가 서울을 모른다며, 할렘가도 아니고 여기서는 못 산다.”라고 하며 내가 사는 동네(강남)로 가자고 하지만, 금명은 “여기도 다 잘 먹고 살아. 그럼 다 너네 집 아파트로 가냐.”라며 서울을 모르는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말한다. 서울에 어디를 사느냐, 무엇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 둘이라도, 전혀 다른 서울로 느껴질 것이다.

 

기회의 땅이 경쟁의 도시가 되기까지


다른 나라의 경우 여러 도시로 인구가 흩어지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 서울 딱 한 곳밖에 없다. 젊은이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생존’ 자체가 중요해져 결혼과 출산의 중요도는 자연스레 떨어진다. ‘인 서울’ 대학을 고집하고, 비싼 집값을 감당하며 바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간다. 사는 곳이 같고 매일 보는 풍경이 같아지니, 직업이나 성공 같은 삶에 대한 주요 가치관도 획일화되고 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 차장은 “현재의 수도권 일극체제는 많은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무한 경쟁의 부담을 감수하고 수도권으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인구밀도는 한정된 자원에 대한 경쟁을 격화시켜 개인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언급했다.

 

서울 사람들은 이기적이라는 말.


‘서울 깍쟁이’, ‘서울에서는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라는 말은 대도시의 치열함과 인간관계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단 사실은, 많은 지방 사람들이 서울로 상경해 정착했음을 의미할 터인데도, 서울은 그들까지도 깍쟁이로 만드는 ‘마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을 깍쟁이로 만드는 걸까?

 

첫째. 상대적 박탈감이다. 이는 객관적 조건이 나쁘지 않음에도, 타인 혹은 특정 집단과 나를 비교하여 뒤쳐졌다고 느끼는 불만과 좌절감을 의미한다. 돈을 벌기 위해, 성공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 도착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나보다 더 좋은 능력과 스펙을 가진 사람은 불쑥불쑥 어디서든 나타난다. 그들과 경쟁하여 내가 원하는 자리에 올라갈 생각을 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내가 나쁘진 않아도, 저들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어진다.

 

둘째. 성과와 결과주의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또 다른 나의 자양분으로 삼아 덜 자고,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노력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법이다.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시간이 곧 금이고, 돈이라 결국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성과와 결과로만 평가할 수 밖에 없고, 건강한 관계와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는 비효율로 여겨지며 결과를 내는 사람이 더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서울 공화국의 해체를 위해서


지속적인 지역 간 격차는 결국 국가 경제의 안정과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오랜 기간 추진 중이다. 부산 해양 수도 설립, 서울대학교 10개 만들기, 울산 SK-아마존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이 있으며, 부동산 정책 역시 토지거래 허가 구역을 선정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지방 부동산 수요를 늘리게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며, 아직 해법을 모색 중이다.

 

서울의 치열함이 무서워 지방에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이가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선택이 아니라 서울이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사람들이 본래 ‘깍쟁이’인 것이 아니라, 서울을 둘러싼 시스템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 참고 문헌

1) 장규식(2003), 거대도시 '서울 공화국'의 명암, 역사비평 2003년 겨울호, 통권 65호, p75-91

2) 문화일보. (2023). https://www.munhwa.com/article/11366772

3) 경향신문. (2023).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02165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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