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
[한국심리학신문=김연호 ]

나 오늘 6층에서 공부할래
높이와 학습의 무의식적 상관관계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서 자리를 고를 때, 우리는 보통 '조용한 곳', '콘센트가 있는 자리', '창가 자리' 같은 현실적 조건만을 고려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적 시각으로 보면, '고층에서 공부하느냐, 저층에서 공부하느냐'는 단순한 층수의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이 원하는 공부 환경, 즉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공부와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공부 사이의 긴장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1. 고층 - 이상과 불안의 공간
고층은 하늘에 가깝습니다. '높음'은 오랫동안 이상적 자아, 초월, 사회적 성취를 상징해왔습니다. 창밖으로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마치 ‘나도 저곳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서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을 반영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초자아(Superego)"가 이끄는 공부, 즉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규범을 의식하며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학습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층은 불안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물리적으로 높은 위치는 '추락의 위험'을 상기시켜 긴장감을 높이고, 라캉적으로는 상징계의 질서 속에서 늘 성취와 실패의 경계를 의식하게 만듭니다. 이 불안은 때로 집중과 몰입을 자극하지만, 과도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해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2. 저층 - 안정과 현실의 공간
저층은 땅과 가까운 곳,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자리입니다. 무의식은 저층을 '모체와의 연결'처럼 안정적이고 보호받는 공간으로 경험합니다. 여기서의 공부는 사회적 시선보다 나 자신의 속도와 리듬에 맞춰진 학습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몰입과 집중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층은 때로 지나치게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 조건에 충실하다 보니 긴장감이나 긴급성이 떨어질 수 있고, 장기적인 이상보다는 눈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저층은 '현실적인 공부'와 더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3. 현실적 상황과 이상적 상황의 차이
결국 고층과 저층의 선택은 '현실적인 공부 상황을 중시하는가, 이상적인 공부 상황을 추구하는가'의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고층에서 공부하는 선택은 단순히 풍경을 즐기려는 차원을 넘어, 자신을 더 높은 위치에 두고 싶다는 이상적 욕망과 사회적 성취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을 드러냅니다. 이는 시험, 진로, 경쟁 등 ‘미래의 목표’를 의식하는 학습 태도와 닮아 있습니다. 저층에서 공부하는 선택은 안정과 효율, 현실성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내일의 성취보다 오늘의 집중과 과제를 완수하는 현실적 욕구가 자리 잡은 학습 방식입니다. 즉, 누군가가 공부 공간을 고를 때 단순히 '조용해서', '편해서'라고 말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상황에 충실하고 싶은가, 이상적인 상황을 추구하고 싶은가'라는 무의식적 선택이 깔려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신분석학적 해석으로서, 층수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무의식은 공간을 창출한다.
고층과 저층은 단순한 건물 구조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학습자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고 싶은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으려 하는지에 대한 무의식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인 조건에 맞춰 편안하게 몰입하고 싶다면 저층이, 더 큰 목표와 이상을 향해 스스로를 긴장시키고 싶다면 고층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다만 무의식적 상징이 인식의 측면에서 다시금 시작되었을 때 그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기는 합니다.
공부 공간을 고르는 것은 곧 내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은가에 대한 무의식적 선택입니다. 결국, 우리는 층수를 고르는 순간 이미 '현실적 공부'와 '이상적 공부' 사이의 자기만의 답을 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문헌
발터 슈미트. (2020). 공간의 심리학: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공간의 비밀. 서울: 반니.
윌리엄스 골드 헤이건. (2019). 공간혁명: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학. 다산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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