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뒤의 그림자
기사 메일전송
화면 뒤의 그림자 - 사이버불링, 그 틈새의 '방관자들'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 기사등록 2025-09-30 08:26:45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정연수]



"온라인 연결이 끊기면 모든 괴롭힘도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학교를 벗어나도, 집 안 내 방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됐어요. 오히려 더 악랄하게, 어디서든 절 지켜보는 것 같았죠." 한 사이버불링 피해 학생의 고백이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지금, 사이버불링은 단순한 '애들 장난'을 넘어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괴롭힘이 물리적 공간에 한정되었다면, 사이버불링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가해자가 언제든 피해자를 괴롭힐 수 있고, 피해자는 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잔인한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탓에 피해자에게는 분노, 무력감, 두려움, 슬픔을 넘어 자살 생각까지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가해자와 주변인에게도 심리적 손상을 초래하는 잠재적 위험이 훨씬 큰 괴롭힘 형태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화면 뒤의 그림자' 같은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주변인'들이다. 괴롭힘 상황에 놓인 주변인들은 크게 피해자를 돕는 '방어자', 그저 지켜보는 '방관자', 그리고 가해자 편에 서서 동조하는 '동조자'로 나눌 수 있다. 놀랍게도 주변인의 행동은 괴롭힘의 지속 여부나 심화 정도, 심지어 피해자의 심적 고통 완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주변인이 방관하거나 동조하면 괴롭힘은 심화되지만, 단 한 명의 방어자가 나서도 괴롭힘이 중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특히 청소년 사회에서 또래 관계는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발생하는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주변인들의 역할은 전통적인 괴롭힘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때, 다수에 해당하는 주변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이 불균형이 해소되거나 오히려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주변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심리적 요인들에 대한 연구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전통적인 괴롭힘 상황에 초점을 맞추거나, 사이버불링의 경우에도 공감 능력 같은 단일 요인, 혹은 방어자 역할 하나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발표된 이소영, 김현수 연구자들의 논문 「청소년 사이버불링의 주변인 역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은 이러한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며, 청소년 사이버불링 주변인의 역할 행동을 '방어자', '방관자', '동조자'로 나누어 이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개인 내 심리적 요인을 심층적으로 탐구했다.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성상, 사이버불링은 상황적 요인보다 개인 내적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변인 역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심리 요인들



이 연구는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청소년 주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심리적 요인으로 크게 네 가지를 지목했다.


1) 도덕적 정서 (Moral Emotions): '죄책감'과 '수치심'이 대표적이다.


죄책감: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감정이다. 연구 결과, 높은 죄책감 성향은 방어자 역할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낮은 죄책감은 동조자 역할과 연관이 있었다. 죄책감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치심: 자신의 본질적인 결함 때문에 사회적 눈총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수치심의 역할은 기존 연구들에서도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였는데, 이 연구에서는 수치심 역시 주변인 역할과 복합적인 관련성을 나타냈다.

 

2) 귀인 성향 : 사건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판단하는지다.


가해자 책임 귀인: 괴롭힘의 원인을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돌리는 성향이다. 이러한 성향이 높을수록 피해자를 돕는 방어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림으로써 피해자를 옹호하고 보호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 책임 귀인: 괴롭힘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는 성향이다. 이러한 성향이 높을수록 방관자나 동조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피해자에게도 뭔가 잘못이 있었을 거야"라는 생각은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오히려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만든다.


3) 방어자 효능감: 자신이 괴롭힘 상황에서 피해자를 성공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이다.


자신이 개입했을 때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청소년일수록 방어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방어자 효능감이 낮을 경우 방관자 역할과 부적 상관을 보였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이나 두려움이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행동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방어자 효능감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4) 지각된 학급 내 사회적 지위 : 자신이 학급 내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거나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는지이다.

높게 지각된 사회적 지위는 방어자 역할과 동조자 역할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은 학생들은 그들의 행동이 또래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기에, 긍정적인 방향(방어)이든 부정적인 방향(동조)이든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사이버불링 예방 및 개입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



이 연구는 위에서 언급된 심리적 요인들이 청소년 사이버불링의 주변인 역할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함으로써, 현실적인 예방 및 개입 프로그램 개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청소년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도록 심리적 기반과 구체적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1. 1)  도덕적 정서 자극 및 책임감 함양


  2. "괴롭힘은 어떤 식으로든 옳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죄책감과 같은 도덕적 정서를 촉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순한 강의식 교육보다는 실제 사례 분석, 피해자 경험 공유, 영상 자료 활용 등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가상의 온라인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방관자, 가해자, 피해자 역할을 각각 수행해보는 체험 활동을 통해, 방관이나 동조가 가져오는 결과를 직접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청소년들이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리는 성향을 줄이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3. 2) 방어자 효능감 증진 교육


  4. 많은 청소년이 대처 방법을 몰라 행동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개입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역할극, 토론, 시뮬레이션 게임 등 반복적이고 실습 중심의 학습을 통해 다양한 사이버불링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습관화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괴롭힘 목격 시 증거를 안전하게 수집하고, 피해자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남기거나, 신뢰할 수 있는 어른에게 신고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연습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래 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실제 행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5. 3) 긍정적인 학급/학교 공동체 분위기 형성


  6. 학교 내에서 사이버불링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괴롭힘 발생 시 주변인이 방어 행동을 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긍정적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괴롭힘을 묵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확산될 수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정기적 캠페인, ‘방어자 활동 기록 공유’ 등 프로그램을 통해 학급 문화 자체가 방어 행동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청소년들은 자신의 작은 행동이 공동체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마무리하며



청소년 사이버불링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 복잡한 고리 속에서 '주변인'들의 역할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며,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때 비로소 우리는 사이버불링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을 넘어, 침묵하는 다수인 주변인들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그들이 '방어자'의 역할을 자처할 수 있도록 용기와 지식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예방책이 아닐까?


예를 들어,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보았을 때, 그저 지나치거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적절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있는 지식과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가해자에게 맞서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남기거나, 문제 상황을 믿을 수 있는 성인이나 상담기관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학교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이버불링 예방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청소년들이 실제 상황에서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주변인'일 수 있으며,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온라인 세상의 폭력을 막는 거대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변인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연대의 힘을 통해 폭력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결국 사이버불링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이며, 우리 모두의 참여와 관심이 모여야만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참고문헌 


1) 이소영 and 김현수. (2020). 청소년 사이버불링의 주변인 역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 한국아동심리치료학회지, 15(3), 67-90. 

2) 박예슬, 박주희, 송수원 and 임승철. (2025). 초등학교 아동의 특성분노가 사이버불링 가해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사이버불링 정당화의 매개효과: 사이버불링 피해경험 유무에 따른 다집단분석. 가정과삶의질연구, 43(1), 127-141. 

3) 이지은 and 전종설. (2021). 청소년 사이버불링 온톨로지 개발 연구. 청소년학연구, 28(4), 163-192.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1147
  • 기사등록 2025-09-30 08:26: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