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희
[한국심리학신문=전세희 ]
숏폼 대선

지난 6월 3일,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든 후보가 민심을 얻기 위해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번 2025년도 대통령 선거 운동은 이전과는 달리 조금 특이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바로 숏폼 영상을 활용한 것이다. 숏폼 영상이 대한민국에서 흥행한 것은 2021년이다. 이후 정치권에서 정치인들이 '챌린지 영상'을 찍은 사례는 많았지만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서 숏폼을 활용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특히나 가장 중요하고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인 대통령 선거에서 숏폼 영상을 많은 후보자들이 사용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 지점이다.
대선 선거 운동 기간에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숏폼 영상을 만들었다. 미디어오늘 기관에서는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91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70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78개의 숏폼 영상을 공식 후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것으로 확인하였다. 인스타그램과 후보들이 공식 유튜브에 올린 숏폼을 유튜버들이 재생산 하는 다른 영상까지 포함한다면 이번 대선에 사용된 숏폼 갯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런 숏폼 정치는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024년 11월 5일에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또한 '숏폼 정치'라고 말이 나올 만큼 숏폼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해리스는 SNS 트렌드와 바이럴 밈을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하고자 하였다. 해리스 캠페인 SNS 계정인 Kamala HQ는 X에서 130만 명, 틱톡에서 4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높은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퓨 리서치 기관(Pew Research Center)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세 미만 사용자 중 약 절반이 정치와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틱톡(TikTok)을 사용하는 것이 부차적인 이유라고 답했다.
퓨 리서치 기관 조사 결과
이러한 숏폼 영상의 영향력으로 보면 숏폼의 조회수가 마치 대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투표 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숏폼 영상은 실제 해당 후보의 투표로 이어졌을까.
숏폼과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icacy)
2025년 11월 5일에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는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해리스는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패하였다. 또한 숏폼 영상의 많은 조회수를 이끌어 18세 ~29세의 투표 수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2020년 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CIRCLE(Center for Information & Research on Civic Learning and Engagement)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도에는 18~19세의 투표율은 약 50% 수준이나, 2024년에는 이보다 낮은 47%를 기록하였다. 2020년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였지만 실제로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준석 후보가 20대의 투표권을 노리고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숏폼 영상을 활용하였다. 그 덕에 후보들 중 가장 많은 영상과 조회수를 기록하였지만 이준석 후보의 '마의 15%'는 결국 도달하지 못하였다. 왜 정치적인 숏폼에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소비하면서 정작 중요한 투표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을까?
사람에게는 인생을 살며 전반적으로 느끼는 "내가 이 과제 또는 행동을 할 수 있다"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자기효능감' 이라고 부른다. 정치에서도 효능감이 존재한다. 바로 '정치효능감'이다. 정치효능감은 "내가 정치 과정을 이해하고 참여하여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정치효능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내적 정치효능감(Internal): 정치적인 이슈를 이해하고 판단하여 참여할 능력에 대한 자기 믿음
2) 외적 정치효능감(External): 정치인 또는 정치 제도가 시민의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할 것이라는 믿음
정치인들이 숏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접근성이 좋고 1분 미만으로 짧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치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숏폼 영상은 내적 정치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외적 정치효능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아무리 많은 숏폼을 시청하고 댓글을 남기더라도 정작 정치 제도와 후보자가 시민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투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과 한국의 대선에서 특정 후보자들이 많은 숏폼 영상에 대한 조회수와 영향력을 얻었지만 실제 득표수로는 이어지지 못한 한계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시민 개개인을 투표소로까지 도달하게 하는 발걸음은 후보 개인에 대한 역량과 현명한 공약, 그리고 이를 실제로 잘 이행하여 자신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숏폼 세대의 정치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숏폼 조회수가 곧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또한 숏폼 특성에 따라 후보자들의 악성 부분만을 편집한 영상이나 허위 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 처럼 만드는 가짜 뉴스의 위험성도 크다. 숏폼은 짧은 영상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검증보다 감정적 반응이 먼저 일어나기 쉽다. 앞으로의 선거 운동은 단순히 시민들의 조회수와 관심을 얻는 것만이 아닌 내적, 외적 정치 효능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진심이 담긴 메세지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4/08/20/about-half-of-tiktok-users-under-30-say-they-use-it-to-keep-up-with-politics-news/
2) Craig, S. C., Niemi, R. G., & Silver, G. E. (1990). Political efficacy and trust: A report on the NES pilot study items. Political Behavior, 12(3), 28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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