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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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공터, 

모닥불은 작은 숨결처럼 깜빡이고 있었다.

민호는 피난민들과 함께 앉아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능선에 묶여 있었다.

불길 속에 사라진 종철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아이 울음은 멎었지만, 

그 대신 허기를 참지 못한 배고픈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노인은 바싹 마른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전쟁은 누구의 잘못인가… 왜 이 어린 것까지 굶어야 하는가…”


민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앞에 떠오른 것은, 

총을 든 적이 아니라 쓰러져 있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폭격으로 무너진 집, 불길 속에 사라진 웃음소리, 이름 없는 시신들.

전쟁은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민호는 피난민들과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숲 너머의 작은 마을에 안전한 피난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험난했다.

아이를 업은 여인은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고, 

노인은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한 채 겨우 걸음을 떼었다.

민호는 그들을 도우며, 

자신이 단순히 병사가 아니라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버렸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순간, 

멀리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적군의 순찰병이었다.

피난민들은 숨을 죽였고, 

아이는 울음을 삼키듯 입을 막았다.

민호는 총을 움켜쥔 채,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달았다.

총성이 울리면, 

모두 끝이었다.

피난민들은 물론 자신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는 숨을 죽이며 땅에 몸을 낮췄다.

긴장은 몇 분이 몇 시간처럼 길게 이어졌다.

마침내 적군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안도의 한숨이 숲을 가르며 흘러나왔다.

민호는 피난민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 있었지만, 

동시에 살아남았다는 작은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민호는 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이들을 지켜야 한다. 

전쟁이 아무리 모든 것을 빼앗아도, 

최소한 이들의 내일만큼은 지켜내야 한다.”




작가의 말 :

24화에서는 민호가 피난민들과 동행하며 겪는 긴장과 보호자의 역할을 그렸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민호는 이제 전쟁 속에서 무너져 가는 민간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더 큰 사명을 자각하게 됩니다.

전쟁은 단순히 총을 드는 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모든 사람들의 고통이자 현실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와 피난민들이 마을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갈등과 위기를 맞이하게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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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12 09: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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