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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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숲길을 지나자, 

어스름한 새벽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민호와 피난민들은 지쳐 있었지만, 

저 멀리 마을의 지붕이 보이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곳은 오랜만에 눈앞에 나타난 ‘집’의 형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희망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집들은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었고, 

거리에 남은 것은 잿더미와 무너진 담벼락뿐이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했을 골목은, 

이제 침묵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피난민들의 얼굴은 절망으로 굳어졌다.

한 여인이 무너진 돌담 위에서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여긴… 내 집이었어…”


그의 울음은 마을의 잔해 속으로 스며들며 메아리쳤다.

민호는 총을 움켜쥔 채 주변을 살폈다.

폐허가 된 마을이었지만, 

어딘가에 여전히 적군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실제로 쓰러진 담장 뒤에는 버려진 군화와 탄피가 흩어져 있었고, 

벽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조용히 해요. 

아직 안전한지 알 수 없어요.”


그 순간,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급히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민호의 몸은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총을 들고 폐허 사이에 몸을 숨긴 채, 

그는 어둠 속 움직임을 주시했다.

곧 그림자 몇 개가 나타났다.

피난민들은 숨을 죽이며 떨고 있었다.

민호는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끼며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러나 그림자 속에서 나온 것은 예상치 못한 모습이었다.

그들은 낯선 군복 차림의 병사들이었지만, 

피로와 굶주림에 찌든 얼굴은 적군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민호를 보자마자 총구를 내렸다.

짧은 순간, 마을의 폐허 위에 다시 긴장감이 흘렀다.

민호는 숨을 고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싸움이 아닌,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군.”




작가의 말 :

25화에서는 민호와 피난민들이 도착한 마을의 폐허와 새로운 조우를 그렸습니다.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마을은 이미 전쟁의 상처로 가득했고, 

그곳에서 다시금 긴장이 시작됩니다.

민호는 이제 총성이 아닌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가 마주한 병사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피난민들과의 운명이 어떻게 엮이는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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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15 09: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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