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우
[한국심리학신문=신연우 ]

누군가의 과거 게시물이 다시 떠오르며 "논란"이 되고, 수많은 댓글이 그 사람을 비난하거나 "캔슬(cancel)", 일명 우리나라 말로 조리돌림이라고도 한다. 유명인만의 일이 아니다. 교내 단톡방, 익명 커뮤니티, 댓글창에서도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 실수 하나에 날을 세운다.캔슬 컬처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개인을 사회적으로 제거하려는 집단적 행위다. "이 사람은 잘못했으니 더 이상 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언팔로우, 보이콧, 공개 비난을 통해 ‘배제’를 실행하는 것이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이론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치열한 시기다. 이때 또래 집단의 반응은 자존감과 소속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나"를 찾기 위해 타인의 반응을 거울처럼 삼는다. 그런데 SNS와 같은 공간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외부의 ‘좋아요’와 ‘동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된다. 결과적으로, 나와 다르거나 논란이 되는 사람을 비난하며 ‘정상성’이나 ‘도덕성’을 확인받는 행위가 늘어난다. 이는 집단 속 소속 욕구와 인정 욕구가 만들어낸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 Tajfel & Turner)은 인간이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강한 심리적 동기를 지닌 존재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려 하며, 때로는 외부 집단을 깎아내림으로써 내부 소속감을 강화한다. 캔슬 컬처는 이 이론의 현대적 변형이다. SNS에서 특정 인물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댓글에 동조하면서, 우리는 "나는 그들과 다르고, 우리는 옳다"는 집단적 정체성을 재확인한다. 이는 규범적 사회 영향력(normative social influence)으로,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집단 순응(conformity)의 일종이다.
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은 사람들이 명백히 틀린 의견에도 집단의 일치된 행동에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청소년과 청년층은 자신의 의견이 다르더라도 비난받을까 두려워 침묵하거나, 반대로 비난에 동참함으로써 안전을 확보하려 한다. Ogihara와 Uchida의 연구처럼, 개인주의적 표현이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감추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관계 중심성’이 강한 사회에서는 "나만 다르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이 집단 행위에 동조하게 만든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공감보다 응징에 더 쉽게 가담하게 된다.
물론 캔슬 컬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 요구와 윤리적 기준 설정의 기능도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공공 재판과 정서적 린치로 흐를 때, 정의는 파괴적인 집단 감정으로 왜곡된다. 캔슬의 대상이 된 사람은 정체성에 큰 타격을 입고, 우울·불안·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캔슬에 가담한 사람들은 일시적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지만, 근본적인 불안이나 정체성의 공허는 해소되지 않는다.
캔슬 컬처는 시대의 상징이자, 우리 사회가 ‘정체성’, ‘소속감’, ‘정의’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심리학적 거울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다. 심리학은 말한다. 진정한 정의란, 배제보다 회복에 가까워야 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서로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rikson, E. H. (1963). Childhood and society. Norton.
Tajfel, H., & Turner, J. C. (1986). The social identity theory of intergroup behavior. In S. Worchel & W. G. Austin (Eds.), Psychology of intergroup relations. Nelson-Hall.
Asch, S. E. (1951). Effects of group pressure upon the modification and distortion of judgment. Groups, leadership, and men, 222-236.
Ogihara, Y., & Uchida, Y. (2014). Does individualism bring happiness? Frontiers in Psychology, 5, 135. https://doi.org/10.3389/fpsyg.2014.00135
Turkle, S. (2011). 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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