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을 받아도 사기꾼 같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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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혜진 ]



출처:pixabay.com



“잘 해냈는데도 늘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능력이 없다는 걸 알아채면 어떡하지?”

 

혹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분명 성과를 내고 주변에서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지만,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들이 속고 있다고 생각한다.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성과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 부른다. 자신이 불충분하다는 두려움에 근거해 능력을 깎아내리고, 마치 사기꾼처럼 거짓된 존재라고 느끼는 심리적 경향이다.

 

가면 증후군은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진단명은 아니지만,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다. Matthews와 Clance의 연구에서는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가면 증후군을 겪었다고 보고됐다. 사회적으로 성공과 인정을 받은 유명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수 아이유는 “나의 성공이 거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자신을 과소평가한 경험을 고백한 바 있으며,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배우 톰 행크스 역시 “언제쯤 사람들이 내가 사기꾼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모든 걸 빼앗아갈까요?”라는 불안을 토로했다.

 

특히 대학 교수, 의사, 석·박사 과정 학생처럼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전문직에서 가면 증후군은 더 자주 나타난다. 신경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는 무려 80%가 가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가면 증후군은 왜 일어날까?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확신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릴까. 심리적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Safaryazdi(2014)는 성공의 객관적 증거를 내면화하지 못하고 낮은 회복력을 지닌 사람들이 가면 증후군 성향을 더 강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Stenberg(1991) 또한 자기비판과 비현실적 사고, 그리고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적 압박이 가면 증후군의 인지적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환경 역시 중요한 요소다. 부모의 돌봄이 부족했던 경우,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통제를 받으며 성장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가면 증후군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면 증후군이 반드시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일부 연구는 오히려 이 현상이 삶의 동기를 부여한다고 본다. Clance와 Imes(1987)는 가면 증후군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진취적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주장했다. Khalatbari(2014) 또한 자신을 ‘사기꾼’처럼 느끼는 감정이 더 큰 노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심지어 대인관계 기술에서 능숙하게 행동하도록 돕는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수준에서의 이야기다. 가면 증후군을 과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경험하면 성취 발휘에 제약이 따르고, 적응력과 수행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가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불안, 번아웃, 자기검열과 같은 문제에 더 쉽게 노출된다. 그렇기에 이 심리 상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그렇다면 가면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작은 성과라도 기록해두고,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불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자기비판 대신 자기자비(self-compassion)를 실천하는 태도 역시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를 사기꾼으로 단정하기보다, 성장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전문 상담이나 코칭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치며...



궁극적으로 가면 증후군은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더 자주 겪는 심리적 현상이다. “나는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대신 그 불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짜 ‘사기꾼’이 아니라, 노력과 성취로 지금의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참고문헌>


1. Clance, P. R., & Imes, S. A. (1987). The impostor phenomenon: An internal barrier to empowerment and achievement. Women & Therapy, 6(3), 51–64. 

2. Kim, K.-Y., & Lee, Y.-H. (2023). The effects of athletes’ impostor syndrome tendency on achievement goal orientation and regulatory focus. Journal of Exercise Rehabilitation, 19(2), 130–137.

3. Matthews, G., & Clance, P. R. (2019). Prevalence, predictors, and treatment of impostor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 34(11), 2492–2497.

4. Petersson, S., Gellerstedt, L., & Lönn, A. (2024). Impostor phenomenon and its association with resilience in medical education: A questionnaire study among Swedish medical students. BMC Medical Education, 24(1), 1–10. 

5. Safaryazdi, N. (2014). Impostor phenomenon, resilience, and academic achievement: Exploring the relationship. Procedia -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159, 292–295.

6. Stenberg, R. J. (1991). The impostor phenomenon in high-achieving women: Dynamics and therapeutic intervention. Psychotherapy, 28(3), 49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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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29 08: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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