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민호는 총을 메고 숲으로 나섰다.
뒤에는 피난민들과 생존자들이 굶주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숲 속은 음습했고,
새벽의 안개가 나무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민호는 귀를 곤두세우며 발소리를 죽였다.
적군의 순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가락은 늘 방아쇠 위에 걸려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작은 옥수수밭을 발견했다.
불에 타지 않고 간신히 남아 있던 밭이었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었다.
부러진 줄기와 흩어진 옥수수 알갱이,
그리고 진흙 위에 남은 발자국.
민호는 땀에 젖은 이마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여길 지키는 자가 있다.”
그 순간, 풀숲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민호는 몸을 낮추며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낯선 청년이었다.
그의 손에는 옥수수 몇 개가 들려 있었고,
눈빛은 굶주림과 공포로 가득했다.
민호와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긴장했다.
청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쏘지 마시오.
나도 살려고 온 것뿐이오.”
민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총구를 내렸다.
“나도 같다.
저기엔 굶주린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도.”
청년은 민호를 똑바로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함께 나누자.
혼자라면 오래 못 버티오.”
민호는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었다.
전쟁 속에서 낯선 이를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나 굶주림은 이미 그들의 공동의 적이 되어 있었다.
그날 새벽,
민호는 옥수수 몇 개를 품에 안고 천막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눈이 그를 향해 빛났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오늘은 버텼다.
하지만 내일은…”
민호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은 흐릿했고,
세상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작가의 말 :
29화에서는 민호가 식량을 찾아 나서며 낯선 청년과 조우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총과 총 사이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적이 아니라,
같은 고통 속의 생존자였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쟁은 사람을 갈라놓지만,
동시에 절망 속에서 또 다른 연대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와 그 청년이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신뢰와 의심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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