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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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을 헤치며 한참을 걸은 끝에, 

민호와 청년은 숲 가장자리에 다다랐다.

거기에는 무너진 담벼락과 반쯤 쓰러진 지붕이 보였다.

바로 마을의 곡식 창고였다.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주위를 살폈다.

총탄 자국이 가득했지만, 

건물은 아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민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안에 아직 곡식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


청년은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렇다면… 모두 살 수 있을 거요.”


창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자물쇠는 이미 녹슬어 있었다.

민호가 총 끝으로 쇠를 밀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조금 열렸다.

그 순간 곰팡내와 함께 곡식 냄새가 풍겨왔다.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구석에는 반쯤 썩은 자루들이 쌓여 있었고, 

몇 개는 아직 먹을 수 있는 곡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청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걸로… 정말 며칠은 버틸 수 있소.”


민호는 주머니에 옥수수 몇 줌을 담으며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동시에 불안이 그를 짓눌렀다.

이만한 양의 곡식을 두고, 

다른 이들이 모를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창고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여럿이었다.

민호는 총을 움켜쥐며 속삭였다.


“숨어.”


청년은 곡식 자루 뒤로 몸을 숨겼다.

문틈 사이로 그림자들이 비쳤다.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아직 남아 있군. 

빨리 가져가자.”


그들은 무장한 병사들이었다.

민호의 심장은 요동쳤다.

안개 속 순찰병과는 달리, 

이번엔 피할 수 없는 대치가 될지도 몰랐다.

민호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 곡식을 지키지 못한다면, 모두가 굶어 죽는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천천히 방아쇠 위로 옮겨졌다.




작가의 말 :

32화에서는 민호와 청년이 마침내 곡식 창고를 발견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무장 병사들과 맞닥뜨리게 되는 위기를 담았습니다.

희망과 위기가 동시에 찾아온 순간, 

민호는 다시금 전쟁이 강요하는 잔인한 선택 앞에 놓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창고 안에서 벌어지는 대치와, 

민호의 결단이 드러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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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25 08: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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