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창고 안은 숨조차 무겁게 만드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
민호는 총을 움켜쥐고 문을 바라보았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빛 사이로,
무장 병사들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청년은 곡식 자루 뒤에 몸을 숨기며 속삭였다.
“우린 빠져나갈 수 없소.
어떻게 할 거요?”
민호는 짧게 대답했다.
“싸우거나… 버티거나.”
문이 삐걱이며 크게 열렸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눈빛은 이미 곡식 자루에 꽂혀 있었다.
한 병사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봐라, 여전히 먹을 게 남아 있군.”
다른 병사가 총으로 자루를 툭툭 치며 농담을 던졌다.
“이거면 우리 중대는 며칠은 잔치겠네.”
민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청년이 민호를 바라보며 떨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정말… 지금 싸우려는 거요?”
민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 곡식을 지키지 못하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 아니면, 모두 끝이다.”
그는 몸을 낮추며 청년에게 신호를 보냈다.
“소리 나면, 곧장 자루 뒤로 기어가.
난 시간을 벌 거다.”
청년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당신은?”
민호는 짧게 웃었다.
“내가 군인이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이겠지.”
병사들이 자루를 옮기려는 순간,
민호는 총을 번쩍 들어올렸다.
“멈춰!”
창고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병사들이 놀라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누구야!?”
안개와 먼지,
그리고 곡식 냄새가 가득한 공간 속에서,
민호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하게 울려 퍼졌다.
“이 곡식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한 줌도, 너희 마음대로 가져갈 순 없어.”
작가의 말 :
33화에서는 민호가 마침내 무장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
그는 도망치지 않고 곡식을 지키기 위해 총을 겨눕니다.
이제 창고 안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장의 한복판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곡식을 둘러싼 실제 충돌과 그 결과가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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