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창고 안의 공기는 바늘 끝처럼 날카로웠다.
민호는 총을 겨눈 채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병사들의 표정은 놀람에서 곧 분노로 바뀌었다.
“이 자식, 혼자서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한 병사가 총을 들며 비웃었다.
그러자 다른 병사가 곡식 자루를 발로 차며 소리쳤다.
“총 내려놔! 그렇지 않으면 네놈부터 죽는다!”
민호의 심장은 요동쳤지만,
총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뒤에서 청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냥… 그냥 나가자.
우린 죽을 거요.”
민호는 짧게 대답했다.
“아니.
여기서 물러서면, 모두 굶어 죽는다.”
첫 발포는 순식간이었다.
창고 안에 총성이 울려 퍼지며 먼지가 천장에서 쏟아졌다.
청년은 자루 뒤로 몸을 숨겼고,
민호는 몸을 낮추며 반격했다.
불빛이 없는 창고 안은 곧 혼돈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탄환이 나무 기둥에 박히고,
곡식 자루가 터져 곡식 알갱이가 바닥에 쏟아졌다.
피와 곡식 냄새가 뒤섞이며,
전쟁의 잔혹한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민호는 두 명의 병사를 쓰러뜨렸지만,
그의 어깨에도 불길한 통증이 번졌다.
총알이 스쳤던 것이다.
그 순간 청년이 곡식 자루 뒤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돌을 힘껏 던져 한 병사의 이마를 가격했다.
병사가 비틀거리자,
민호가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짧지만 치열한 교전 끝에,
남은 병사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창고 밖으로 물러났다.
안에는 민호와 청년만이 남아 있었다.
민호는 무릎을 꿇고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청년은 피투성이가 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살았소… 우리, 정말 살아남았소.”
그러나 민호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닥에 흩어진 곡식 알갱이를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이걸 지키기 위해 얼마나 더 싸워야 하지…?”
작가의 말 :
34화에서는 창고 안에서 벌어진 실질적인 충돌과 그 처절한 생존의 싸움을 담았습니다.
민호는 목숨을 걸고 곡식을 지켰지만,
그것이 단순한 승리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전쟁은 한 줌의 곡식조차 피로 얼룩지게 만드는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가 부상을 입은 채,
피난민들에게 돌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새로운 문제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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