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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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피투성이 어깨를 움켜쥔 채 숲길을 더듬듯 걸었다.

손에 들린 작은 곡식 자루가 그의 전부였고, 

그 무게는 총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청년은 그의 곁을 부축하며 힘겹게 걸었다.


“당신, 더는 못 버틸 거요. 

상처가 너무 깊소.”


민호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쓰러질 수 없어. 

저들이… 굶주림 속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골짜기의 천막들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일제히 몰려 나왔다.

아이들의 눈은 곡식 자루를 향했고, 

어른들의 시선은 민호의 피 묻은 옷에 꽂혔다.


“정말… 곡식을 가져왔군.”


누군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목소리가 섞였다.


“저 상처…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민호는 자루를 내려놓으며 짧게 말했다.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다. 

아이들부터 나눠줘.”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작은 옥수수 알갱이를 두 손에 받아 든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기며 속삭였다.


“엄마, 오늘은 배고프지 않아요.”


그러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자루 곁에 모여든 어른들 사이에서 낮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자루로는 부족해. 

우리 수가 너무 많잖아.”

“아이들만 먹이면, 

우리는 굶어 죽으라는 거야?”


말은 점점 격해졌고, 눈빛은 흔들렸다.

민호는 흔들리는 사람들 앞에 서서 힘겹게 말했다.


“우린 함께 버텨야 한다. 

굶주림이 우리를 갈라놓게 해선 안 된다.

총탄보다 무서운 게 절망과 불신이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상처와 피로에 눌려 점점 약해졌다.

밤이 되자, 불빛이 천막 사이로 희미하게 흘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조금은 살아났지만, 

어른들의 대화는 무겁게 이어졌다.


“저 군인 말은 옳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다음에는 또 누가 곡식을 구하러 나가야 하지 않겠어?”


청년은 민호 곁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당신, 오늘 죽을 고비를 넘겼소. 

그런데도 또 나가려는 거요?”


민호는 눈을 감으며 힘겹게 대답했다.


“군인답다는 건… 쓰러져도 끝까지 지켜내는 거다.

내 목숨이 다해도, 이 아이들만은 굶겨선 안 돼.”


그의 말은 바람처럼 낮았지만, 

청년의 가슴 깊은 곳을 울렸다.




작가의 말 :

35화는 민호가 곡식을 지켜내고 피난민들에게 돌아온 뒤, 

공동체가 겪는 갈등과 희망의 교차를 더 풍성하게 다루었습니다.

민호는 부상으로 지쳐 쓰러져가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군인으로서 지켜야 할 사명을 붙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피난민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부담과 질문을 던집니다.

다음 화에서는 민호가 부상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공동체 내부에서 새로운 의견 충돌과 선택의 순간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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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9-30 09: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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