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민호는 천막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깨의 상처는 붕대로 감쌌지만,
피는 여전히 스며 나왔다.
숨소리마다 고통이 묻어났지만,
그는 아무런 불평도 내뱉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의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군인 아저씨가 우릴 살렸어.”
“그렇지. 곡식이 없었으면 벌써 다 굶었을 거야.”
그러나 천막 바깥에서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어?”
“민호가 다시 곡식을 구하러 나가야지.”
“그 사람은 이미 죽기 직전이야.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청년은 사람들의 언성을 듣고 분노에 차서 말했다.
“민호가 목숨을 걸고 곡식을 지켰소.
그런데 이제 와서 또 내보내겠다고?”
그러자 한 남자가 냉정하게 대답했다.
“감정으로는 버틸 수 없어.
굶주림은 냉정하지.
곡식은 곧 바닥날 거고,
누군가는 다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이기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눈을 피했고,
어떤 이는 곡식 자루만 노려보았다.
밤이 깊어지자,
청년은 천막으로 돌아왔다.
민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미묘한 결연함이 남아 있었다.
청년은 곁에 앉아 속삭였다.
“당신이 말한 대로,
가장 무서운 적은 총도 굶주림도 아니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라는 절망과 불신이오.”
그는 잠시 곡식 자루를 바라보다가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이제 나도 싸워야겠군.
당신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싸움으로.”
작가의 말 :
36화에서는 민호가 쓰러져 있는 동안 드러나는 공동체 내부의 불안과 갈등을 담았습니다.
민호가 지켜낸 곡식은 희망의 불씨였지만,
동시에 불신과 두려움이 번지는 불씨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청년은 단순한 동행자가 아니라,
민호의 정신을 이어받아 공동체를 지켜내려는 새로운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다음 화에서는 청년이 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려 하고, 민호의 회복과 함께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하는 장면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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